밥만 먹으면 오락실로
달려가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오락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더니
거의 중독 상태가 되어
학교만 끝나면
온갖 수단과 거짓말을 하며 학원이고
교회까지 빠지면서
오락실에서만 살다시피 하니까
아예 아이 어머니가 오락기에 돈을 넣어주며
끝나기를 기다려줄 정도 였다고 한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4학년이 되도록
시력이 마이너스에 무척
두꺼운 안경까지 씌우면서도
오락실에서 아들을 건져올 수가 없었다는데,
아들보다 훨씬 의지가 약해 보였다.
겨우 꼬셔서 데려 왔다는 그 아이에게
신나는 오락보다 정적인 바둑은
쉽게 흥미를 끌게 할 수 없었다.
한달정도 그저 눈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며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보게 했고 오락실에 가서
얻는 효과로 쓰임이 있는지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
경험을 쌓아 일찍이 오락실을
경영할 능력을 갖출수 있는지를 논했고,
그저 재미로 발길이 향했다면
이젠 고학년이 되니 동생에게 모범을 보이며
공부에 빠져 보지 않겠느냐고
어떻게든 맑은 정신과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깊이 생각을 해 보도록
흘려 듣건 새겨 듣건
눈빛이 반짝이기만 하면
5분정도 터놓고 얘기 하는 형식으로
질리지 않게 때로는 코믹하게
마음안을 정리시켜 나가게 했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그러러면 우선 항아리에
빗물을 받아 가라앉히듯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 보자고 했다.
겨우 10분정도 바둑 공부에 집중하고
몸과 마음이 들썩이던 아이가
점차 빠져 나갈 핑계를 대지 않았고
두눈을 바둑판에 고정시키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 갈 수록
오락실에 가는 회수가 적어지고
바둑에 흥미를 보이며
스스로 상대를 골라 대국 신청을 할 정도로
열의가 보일때쯤 1년의 시간이 흘렀고,
학교 공부도 충실히 하고 있고
학원도 빠지지 않으며
오락실엔 일주일에 두번정도 짧은 시간에
다녀 온다며 좋아하던 아이엄마의 목소리가
맑아질 즈음,
아쉽게도 반쯤 채워진 욕심 주머니가 열린채
이사를 갔다.
작년에우연히 아이 어머니를 만났는데
고 3 인데 수시 준비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덩달아 나두 흐믓했다.
2005.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