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남자 아이의 손이 심하게 떨려서
바둑돌을 집었지만 두고 싶은 자리에
정확하게 착점을 못하고
주위의 돌들을 건드려 자꾸만 흐트러지게 하였다.
일곱살이니 가위질이며 글씨 쓸때도
왠만큼 잘 할수 있을텐데
급한 성격을 따라 가느라
손이 떨리면서 자꾸 실수를 하는 것이었다.
이해력도 좋고 눈치도 빠르며
아는 상식도 많았지만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하지를 못했고
어물거리는 편이었다.
자신감은 없지만 엄마가 하라는대로
꼭 해야 한다는 위주로 생각이 굳혀진 아이였다.
문제는 엄마에게 있음을 느끼며
아이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었다.
내 짐작이 맞다고 시인하며 사정을 얘기 하는데,
아이의 사촌 형들이 모두 우수한 머리에
뛰어난 성적으로
유명한 대학들을 갔다며,
자기 아이가 혹시 처지게 될까봐 미리부터
공부 잘 할수 있게
기본으로 다섯가지에 학습지
두개를 시키고 있다고 하였다.
그랬었다.
아이는 엄마의 기대에 따르려고
모두 소화시키느라 몸과 마음이 바쁘다보니
스트레스로
손떨림이 심해지고
피곤이 풀리지 않아 가는 곳마다
자세가 늘 흐트러지고
정성과 노력에 비해
눈에 보이는 진전이 없어
엄마의 조급함을 더 부채질 하여
걱정만 듣다 긴장되면 더 손을 떠는 것 같았다.
아이 엄마가 이해를 했고
기대감을 줄여 보겠다고 하였으며
우린 노력하여 1년도 안되어
주눅에 가까웠던 눈빛도
자신감으로 적극성을 보이며,
손떨림도 훨씬 나아지고 딴짓없이
한시간 정도는 공부에 집중할때쯤,
다시 엄마의 욕심이 아이를 재촉하였다.
바빠진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가끔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올때면
한숨소리가 먼저 들린다.
어떻게 하면 자세가 차분해 질까요.
어떻게 해야 공부에 집중을 할까요.
그러다 중학 2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전화에서는 한숨이 들려 오는데 도리가 없다.
몸도 마음도 습관도 모두 커버린 아이를
이젠 바둑으로는 도움을 주기가 어렵게 되었다.
스스로 깨닫고 노력하는 수 밖에.
(다음편에 계속)
2005.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