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흙 돌무더기에 풀밭이었는데,
오늘 지나며 보면 자기 마음대로
경계선을 돌들로 쭉 네모로 밭둑이라고 쌓으며
고랑까지 만들어 놓고,
그 거칠었던 흙들을 곱게도 부수어
시골의 흙밭모양 부드럽고
푹신하게 밭으로 변신을 시켜서,
고추모 심어놓고 상추며 들깨
호박 옥수수 콩까지 골고루도 심어 놓은 밭
하나 또 늘어나 있다.
니땅에 씨 심으면 내꺼고 아무나 만들면 임자다 이런 깊은
뜻이 날만 새면 전염이 되어 가고 있다.
언제 그 정성들이 포크레인으로
갈아 엎어질지 모르는데도
건물 시공이 늦어지는 틈을 타서
한계절이라도 자기 손으로
심어서 따 먹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풀이 자라 있던 택지마다 밤새
변신을 거듭하여 지금은
싱싱한 파란 잎들이 행복하게 웃고 있다.
산을 올라가는 주변들과
아파트 주위의 노는 땅들은 이제 거의 욕심없는
주인들의 얼굴이 되어가는데,
게으르고 겁이 많은 나는
호미만 만지작 거리다 봄을 보내고
여름이 독촉해도
괜한 더위 핑계만 대며
니꺼 니꺼 바라만 보고 있다.
200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