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제일 애지중지 아끼는 치자 나무마저
잎은 새까맣게 타고 가지들마다
말라 죽은듯 하여 몹시 애처로웠다.
이달 초였다.
보름만에 우리가 서울에서 돌아와 보니,
베란다에 꽃나무들이
우리를 알아 볼 힘도 없이 축 늘어져 있고,
비실비실 마른 잎들이
온통 바닥을 덮고 나자빠져 있었다.
딸이 혼자 집을 지키며 기말고사 준비와
식사해결에 마음 바빠서
꽃들을 돌 보아줄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아빠는 믿지 않았고,
게으름을 탓하며 다른꽃들보다는
치자나무가 제일 아까워서 화를 내었다.
(친구한테 선물받은거 였기 때문인지)
3년간 정말 사랑한 나무였는데...
말라버린 잎들과 가지들을 쳐내고,
영양제를 듬뿍 쏟아 부으며
제발 살아나 주렴 애원하면서
매일 바라보며 사랑을 보냈다.
오늘 보니 새 순이 올라 오고 있었다.
살아날 것 같다.
더 정성을 들이면 다시 가지도 자라고
파란 잎들도 전처럼 무성하게 자라줄 것 같다.
희망을 갖고 기다릴것이다. 조급하게 생각 말고 천천히....
2005.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