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10개월도 넘은것 같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바둑판을 놓고 방석을 깔고
바둑책을 들고
바둑돌을 손에 쥐니
돌의 감촉이 나에게 무한한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아무 잡 생각 없이
오직 바둑 공부에만 두어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마치 일년전의 평화로웠던
나의 일상을 찾은듯
마음이 밝아졌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고
시아도 학교에
호야도 학교에
다만
내 자리가
아이들이 북적이던
학원이 아니고
집의 거실이라는 점만 다를뿐
바둑은 여전히
나를 반기어 주었다.
언제부터
바둑학원 문을 열고
바둑 지도를 시작 할 거냐는
문의 전화가 간간히 오지만
아직도
남편의 복원수술이 언제 하게 될지
알수가 없어 그때까지
학원 문을 열수가 없다.
그래서
집에서 그동안 주어진 시간들을
바둑 공부에 전념하여
기력을 더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부터 공부를 시작 하였다.
티비 보면서 들으면서
간간히 한자 공부하고
암 극복에 도움되는 책자들을 찾아 읽고
가사일 집안일 하면서
짬 나면 컴에 들어가
이렇게 글쓰고
오후에는 일찍 퇴근 하여오는
남편과 산에 다녀 오고
시장도 다녀오고
밤에는
인터넷 바둑 몇판 두고
이렇게
매일을 보내고 있지만
내게 주어진 모든 삶의 여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더 이상
마음이 슬퍼질 일만
제게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내가 감당 할 수 있을 만큼만
일을 주십시요.
넘어지지 않게 포기하지 않게
이만큼만 에서
제 능력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옛날처럼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라지 않겠나이다.
바둑돌을 쥐고
바둑판에 하나씩
채워 나갈때의
한가한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쓸 수만 있다면
정말 너무 너무 행복 할 것 같다.
200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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