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치료 기간이
생각보다 길게 갈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남편은 처음으로 혼자서
병원을 다녀 오겠다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열차를 타러 갔는데
집에 있는 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자주 가보는 곳도 잘 잊어 버리는 길치라서 걱정이다)
열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고 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야하고
네군데의 센타를 접수하고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하고
(혼자는 밥을 잘 안먹으려 한다 )
검사하고 진찰 받고
네군데를 예약하고
처방전 자동기에서 받아서
약국에 들려 약 받고
의료기 들려서 장루에 필요한것 몇가지 사야하고
다시 반대로 택시 지하철 두번
그리고 열차역에서 열차 시간이 남으면
저녁을 사먹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랑 둘이 가도
안먹을려는걸 내가 우겨서 먹고 왔는데
오늘은 혼자라
밥을 사먹지 않고 열차를 타고 와서
밤늦게 집에서 먹을 것 같다.
내 생각인데 틀림없이 병원에서
간수치가 내려 갔다는 결과를 못 들은다면
실망하고 화도 나고 입맛이 없어질 것이다.
왜냐면 아주 독성 간염이라 하는데
지방간이 십몇년 전부터 있었고
(회사에서 건강검진 할때 알았었다)
수치도 높게 나왔는데 남편도 무시 해버렸고
나도 주위에서 지방간은 누구나 조금씩은 있다하며
걱정할 병은 아니라 하여
우린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이제야 절실하게 치료하지 않았던것을
후회하게 하였다.
직장암을 수술하고 (인공항문을 내고)
항암제를 복용했는데
간에서 부담이 되어 간에 염증이 생겨서
다시 인공항문 복원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간수치가 내려 갈때까지
복원 수술을 못한다 하여
보통 인공항문 환자들은 6개월이면
복원 수술을 하는데
남편은 간수치 때문에 10개월이 넘도록
복원 수술을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당뇨까지 있어서
한달 또는 2주만에 검사하러 다니느라
직장을 계속 쉬고 있는데
이젠 병가 기간도 다 되어
오늘 검사 결과 보고 아직도
변함이 없는 수치라면
이젠 어쩔수 없이 사표를 써야 한다고 한다.
형편이 이런데
남편의 처한 상황으로 보면
간수치가 쉽게 내려 갈것 같지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여기 저기 간에 대한 상식을 찾아서
보았지만 뾰족하게 이거다 하는
도움되는 것이 없어
음식 조절밖에 더이상 손을 못쓰고 있다.
함부로 한약제를 써도 안되고
값비싼 보약도 해로울수 있어 안되고
안타깝지만 보고 있을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기 맑고 스트레스 없는
산속으로 휴양갈 처지도 안되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십자가가 너무 무겁다.
평소 겁이 많고
비활동적이며
모든일에 소극적이었던 성격에
주어진 일만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깨끗하게 마무리 짓는 습관과
남에게 한푼도 손해를 주지 않고
부당한 이익도 챙기지 않았던 정직함이
오히려 병으로 자신을 괴롭히게 될줄 몰랐다는 남편의
넋두리에 나역시도 줄줄만 알았지
빼앗아 올줄 모르고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만 하며
욕심없이 살아온 날들이
지금에 와서는
사회생활에서는 빵점 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챙기고 머리 굴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여기까지에서
모든 내가 원하지 않았던 삶은
물러나 주고
새 희망을 갖도록
하느님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보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더도 말고 지금까지와만 같게
하여 주신다면
우린 조금씩 해결해가며
희망을 품을수 있는데......
우리에게
오늘 반갑고 기쁜 소식을 주신다면
엄청 행복해지겠는데.....
(결과가 좋다 빠른 시일안에 수술하자 )
이 한마디만 들을수 있다면
그동안 멈추어져 있던 남편과 나의 미래의 시계가
힘차게 똑딱 거리며 활기를 줄텐데.....
2005.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