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바람이 안좋다며 내게 오늘은 집에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 혼자 앞산에 올라갔다 오겠다고 집을 나서는 등뒤를 바라보고
왜? 이리도 마음이 서글퍼 지는지 모르겠다.
자기 말로 로또 당첨 보다 어려운 암에 당첨되어
일년째 투병하고 있는 남편
당뇨까지 있어서 좋아하던 음식들도 마음대로 못먹고
엊그제는 얼마나 고기가 먹고 싶었으면
순대나 곱창정도는 암이나 당뇨에 해로운 음식이 아닐까?
하더니 운동 다녀오겠다고 나가서는
순대를 사가지고 오기에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솟을뻔 하여
억지 웃음으로 눈물을 삼키고
맛있게 먹으면 해롭지 않을것 같다 했더니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서 볼수가 없었다.
요즘은 삼총사라 부를 정도로 친했던 두사람마저
2~3일에 한번씩 오가던 전화도 끊기고
일주일마다 들려서 밤샘을 하며 얘기를 나누던일도
벌써 한달 반이 넘도록 사라져 버렸다.
이제 얘기 상대는 나 뿐인데
아들은 고교에 진학하며
기숙사로 들어 가느라 집을 떠나고
딸은 대학에 다니며 공부하느라 얘기 나눌 긴 시간이 없어
재미 있는 화재 거리도 없고
바둑학원도 안하고 있으니
조잘거리는 꼬마들의 동심을 들을수 없어
재미있게 전달하여 줄수도 없고
남편이 회사를 쉬고 있으니
몇마디 누구누구의 안부등도 물으며 얘기 시킬수도 없고
가까운 사람들도 모두
소식들이 없는지 오래지만
그럴수도 있음을 이해하며 궁금에서 포기한 상태라
우리 둘이만 덩그러니 집안에 앉아서
외로움을 달래는데
다행이 말수 없는 나를 대신하여
티비나 컴퓨터가 남편의 외로움을 달래주니
참 고맙기 그지 없다.
건강을 잃으니
주위에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우린 평소에 법이 필요없을 정도로 선하게만
살아왔고 있는 것은 나누고
몸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사회 공동체 안에서
가족 공동체 안에서
부끄러움 없이 살아 왔는데
건강을 잃고
생활의 능력과 활력을 잃으니
다들 떠나고 있다.
남편은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하루면 수십번 열어 본다.
잘못 걸려오는 전화도 화를 내지 않는다.
보고 있는 나는 화가 날 때가 많다.
때로는 하느님도 원망하고
건강을 지키지 못한 남편도 미울때가 있고
워낙 감기 한번 앓은적 없는 남편의 건강을
과신하여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내 무관심이 자책되어 화가 나고
모든 의료비와 생활비까지 걱정말고
건강회복만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 보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은데
능력이 없고 재주가 없는 내 자신이
미워서 더 화가 난다.
우린 아직도 모든 주어진 여건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만큼의 삶도 감사 해야 하는데
마음이 현실이 더 무거워서 원망과
대상 없는 미움이 더 강해서
정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지금에다 또 다가올 가까운 앞날의 고통까지
뻔하게 거울속에 비추어 지는데
어떻게 그저 매일을 이렇게라도
우리가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억지 마음을 포장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여
그래도 운동 다닐수 있고
남이 보기에는 아직 표가 나지 않을만큼
건강해 보이며 밥이라도 잘 먹고 있는 지금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겠지.
생각해보면 이 상황이 모두
우리가 만든 현실인것을
누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있으리.
모두 우리 탓이고 내 탓인것을.
개척하지 못한 게으른 결과 인것을.
그러나 아직도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지혜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일년전의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쳤던
내 자신을 찾아 올수 없음이 안타깝다.
2005.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