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남편이 심심해하는걸 눈치채고
컴퓨터로 바둑 하던걸 멈추고서
"우리 고스톱할까요?"
했더니 남편이 반가운 표정으로
"조오오치!"
하여 둘이서 맞고를 하는데, 책을 읽고 있던 딸이
"시험 끝났으니 나도 같이 놀아줄께요"
하며 끼어들어 셋이서 점에 백원씩 현금으로
주고 받으며 하는데,
아빠가 몰래 두피짜리를 숨기면 우리가 눈치로
찾아내어 벌금으로 천원씩 빼앗아 가고
아빠를 피박 광박 씌우면 우리는 좋아서 흥분하여 웃고
아빠가 쓰리고까지 하면 내가 고박을 씌워
허무하게 만들어 놓고 박수를 치며 좋아서
큰소리로 신나서 웃고 하였는데,
웃는 도중에
"이제야 자네 웃음소리 들어보네"
하는 아빠의 말소리를 듣고 순간
갑자기 마음이 아려왔었다.
그랬구나. 그랬었어.
내가 아빠가 아픈후로 신나게 마음껏
웃어본 때가 없었구나. 맞아
아빠가 아픈후로 웃음이 사라졌지.
그래서 아빠가 내 웃음소리가 없어지게 만든
자기의 아픔에 한꺼풀 더 쓰라림을
느끼며 마음 아파 하였구나
내색도 안하고 내 기분이 어떤지
속으로 늘 살피고 있었어.
역시 남자는 마음이 깊어
내가 아팠더라면
남편에게 어떻게 대했을까?
......................
이젠 항암치료 끝났고 수술만 하면 되는데,
봄부터 지금까지........
차암 세월이 약이라더니
역시 맞는 말이다.
요즘은 마음이 편하다
꼭 아빠의 병이 완치된 기분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많이 밝아졌나보다.
고스톱을 하면서 원래의 쾌활한 성격이
온통 굴러나와 꾸밈없이 웃음이 터져서
오랜만에 남편의 마음을 활짝 펴게
해준것 같다.
내일부터는 평상시에도 자주 작게라도
웃음을 보여서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야겠다.
그래서 빠른 시일안에
우리 가족이 모두 잃어 버렸던 웃음을
죄다 찾아와야겠다.
2004.12.15. 행복한 시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