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은 인생의 조미료 같은 맛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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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가 바둑을 두어요? 이야, 오늘 좋은 구경하게 되었네!" 기원에 따라 들어와 지켜보던 남자에게, 4점을 접어놓게 하고 바둑을 두면서부터 인연이 되어 결혼후 10여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4점치수를 2점 이상은 깔지 않겠다며 고집하고 있는 남편이 바둑만은 도저히 나를 이길수가 없다고 할때면 기분이 매우 좋다. 우리집 안방 한쪽엔 늘 식구처럼 자리하고 있는 바둑판과 바둑돌이 우리 가정의 평화와 화목에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젠 여덟살된 딸도 아빠의 대마가 죽었다며 관전을 하고, 네살된 아들도 단수를 하여 사석을 집어 내는데 그 고사리같은 손이 너무 귀엽다. 바둑은 따내는 재미만 보게되면 금새 빠져들게 되어 쉽게 배워지는데, 그 따내는 과정을 배우다 그만두는 여성들이 참 안타까웠다.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는 종종 바둑을 두는 주부들을 대할 수 있어서 무척 반갑다. 어딜가나 바둑교실 간판만 보아도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일고, 바둑을 두는 어린이들 특히 유치원생들을 보면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그 표정들을 보노라면 세상 악한것은 다 없어진듯 하다. 지금은 바둑을 배우고자 하면 가까운 바둑교실과 쉽게 익힐수 있는 갖가지의 바둑책들, 바둑 비디오 강좌 테이프와 컴퓨터며 바둑 신문까지 있어서 편리한 방법으로 기력을 쌓아갈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대이다. 16~7년전, 나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돌을 새카맣게 접어 놓고 배웠으며, TV에서 조남철 9단의 바둑 해설과 신문에 나오는 기보를 모아서 복기 하며 독학을 하였다. 그 후 직장에 다니면서 어르신들 따라서 기원에 가서 바둑을 두었는데 내가 백돌을 쥐고 할 때면 어깨가 으쓱거렸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기력이 9~10급 정도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워낙 주위에 바둑을 두는 여성이 없었던 탓에 그 기력으로 인기를 누린 것이다. 바둑은 때와 장소를 구애 받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든지 마주앉으면 지위고하 없이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는 게임이기에 여성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은은하게 나타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좋은 취미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바둑을 두는 여성, 바둑을 두는 아내, 바둑을 두는 엄마는 어디를 가든 멋쟁이가 된다. 왜냐하면 아직도 바둑은 여성들에게 흔하게 배워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하니까. 바둑은 무한한 미로의 세계라고 정의하고 싶다. 배워갈수록 신기하고 흥미있어 나는 잡담이나 잡념으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잠시만 틈이 나도 바둑책을 손에 펴들고 있다. 그렇다고 프로가 되고 싶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력을 하는 것이다. 세월을 빈둥 빈둥 보내고 싶지 않은 강한 삶의 의지를 바둑에서 배우고 있기때문이다. 바둑은 차분한 마음, 침착한 판단력과 참을성을 길들여주어 성격을 너그럽게 융화시켜 주는 힘이 베어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특기도 되지만 여성들이 배워두면 당장에는 매력의 무기가 될 것이며, 결혼후 남편과 자식의 벗이 될 수 있고 모든 사교의 모임에서 돋보일 것이며 노후에도 외롭지 않을것이니, 인생의 조미료같은 바둑의 맛을 많은 여성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1992년12월作(월간지( 바둑) 독자초대석란에 채택되어 93년2월호 P238에 게재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