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들 차가 모여들고 모르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 바쁘게 다니는 이웃의 새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보다가, 이제 따듯하게 익은 가을 햇살을 다 빼앗길것 같은 조바심에 급히 츄리닝을 걸치고 빠른 걸음으로 가서 금새 그들과 합류를 했다.
아직은 마무리 되지 않은 꽃밭이며 뿌리 내리지 않았을 가로수 밑둥에서 역한 냄새가 햇살을 뜯어 먹고 찬 바람이 새 아파트 주위를 보초 서고 있어서 몇몇 낯선 얼굴들을 관심없이 스쳐 보며, 도대체 그 많은 궁금 속에 이루어 내놓은 아파트의 모습이 왜? 산뜻한 느낌으로 와 닿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들어 잠시 발을 멈추게 하였다.
이유는 내것이 아니니까, 간단하고 정확한 해답이었다.
남의것,그래 내것이 아닌 모든것은 사랑이 없고 이해가 없고 밀어내야 하기 때문에 무관심으로 보아지는거야. 그곳에서 내가 챙겨가야 할것은 마음안까지 스며온 내 몫의 가을 햇살을 내 집안으로 옮겨오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보아주지 않는 서운함을 공짜로 도로변의 보도 블럭에 나누어 주고 약속을 얻어 왔다.
다음에 훈훈한 기운이 손짓 할때는 미리 준비하여 챙겨들고 가야겠다.
누구 에게든 따뜻한 인사말 한조각씩 나누어 줄 커다란 햇살 바구니를...
2004.10.13. 고독한 시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