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이 밥통아!"
내 뒤통수를 때리듯이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 아이가 친구와 바둑을 두다가 내지른 말이었다.
순식간에 바둑돌소리만 나던 강의실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쏟아지고, 무슨일인지 알아보려고 아이들은 쪼르르 몰려가고,여기 저기서 시끄럽게 술렁대어, 먼저 분위기를 다운 시켜놓고, 주인공의 옆으로 다가가서 왜? 그랬는지 조용히 이유를 물었다. 친구가 환격을 모르고 다른데 두어서, 대마를 잡으면서 한마디 해주는 말이 바로 밥통이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차! 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감추고, 그렇다고 실수한 친구에게 밥통이라는 말은 나쁜말이니 사과 하라고 하고는, 모두에게 다시는 누구에게도 밥통이라는 말은 쓰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 며칠전 내 입으로 뱉아내었던 한 마디가 이렇게 큰 효과?를 줄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가슴이 두근 거릴정도로 후회되어 다시는 함부로 말을 안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아이들은 너무 순수해서 한장 남은 도화지 같다. 정성을 다해 잘 그려야 하는 여분 없는 도화지)
그러니까 그때, 초등 1학년생 남자 아이였다. 한달을 지도하여주었는데도, 문제를 풀면서 단수를 제대로 활용을 못해서, 너무 답답하여 무심코 '에라이 밥통아 '하며 이해시키려고 또다시 설명하고 했는데, 그때 옆에서 들어 버리고는 며칠후에 자연스럽게 내 흉내를 내었던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좋지 않은 언어는 나부터서 금하고, 아이들에게도 바르고 예쁘고 희망을 주는 언어만을 쓰도록 지도하니, 예절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후로 아이들의 부모님들로부터, 반말을 쓰던 말투가 바른 말 고운 말로 바꾸어졌다며 바둑을 배우면 예절부터 좋아진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
벌써 그때가 12년전의 일이 되었는데도 잊을수가 없다.
2003년 11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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