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바람마저 상쾌해서
심술로 몸살까지 슬슬오나 했더니 어제부터
왠 눈이 이리도 내리는지 또 야속해서 눈물이 나네요.
이 겨울이 다 가도록 이런 눈은 처음입니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사범대에 갔든데
지방이라서 기숙사로 떠나는 날 이거든요.
오늘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미룰수도 없고
푹푹빠지는 눈을 밟으며 짐을 실었습니다
새벽에 길 떠나는 남편과 아들을 배웅하는데
얼떨결에 신고 나온 슬립퍼는 눈속에 파묻히고
얇은 셔츠속으로 눈이 기어들어오는데
정신이 없는 저는 추운줄도 모르겠습니다.
혼자서 들어오는 텅빈 공간에 가슴속까지 시립니다.
아이가 차지했던 공간이 너무나 커서
아이방에 들어왔다가 커피만 내리 마시면서
슬픔을 이기기 위해 아주 오랫만에 이곳에 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기는 힘들고 어려우면 생각나고
살며시 들어와서 여기저기 둘러도 보고
한줄의 안부라도 남기면서 위로를 받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네요.
평소에는 무척이나 좋아하는 힌눈이 오늘만큼은
제겐 예쁘지 않지만 님들 모두에게는
이 봄이 가면서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여길게요.
그럼 행복한 하루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