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방학이 되자 시어머님이 계속 전화를 하신다.
보충수업으로 계속 학교에 다녔는데도
"언제 와????"~~~~~~~~
난 속으로만 아니 겉으로도 중얼거린다.
에그...새까만 왕모기가 우글거리는 시골이 뭐 좋다고
여름만 되면 꼭 휴가를 그 곳으로 오라고 하는지 원....
시댁은 변산반도 부근이라서 사실 경치가 좋다.
대천해수욕장에 들려서 조금 놀다가 가면 그다지 나쁘지는 않지만
며느리인 난 별로 내키지 않는 코스.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남편은 친구들 만나러 쏘다니고
난 밥만 해대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가자고 강요는 안 한다.
하지만 너무나 착한
나는 거절을 못해서 가끔은 따라 나섰다.
이번에는 친정엄마가 입원을 하셔서 내가 딸이라는 이유로
손길이 많이 필요한지라 놓고 갔다.
남편은 시골만 가는 날엔 잠을 거의 안 자고도 펄펄 날아다닌다.
"뭐 가져갈 것 없어?"
아이고...잠와 죽겠네 빨리 좀 가지?
새벽부터 남자 둘을 정신없이 떠나보내고 잠을 자려고 누웠건만
오라는 잠은 안 오고 이런저런 잡념만 무수히 떠다닌다.
어차피 내곁으로 오지않을 잠을 밀어버리고 일어나서
커피에 빵을 꾹꾹 찍어먹었는데 왜 이리 허기가 질까?
배도 고프지 않는데 뭔가 허전하다.
그냥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신경이 쓰여서 창문을 꼭꼭 닫는다.
이쁜이를 누가 데려갈까봐 무서워서 헛 기침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 말은 남편이 늘 하는 말인데 나도 중독이 되었나보다)
난 혼자서는 잘 못 잔다.
밤새 영화나 책을 뒤척이며 빨갛게 충열된 눈으로 그들이 돌아올 때를 기다린다.
잠시지만 혼자 있다는 것
결코 익숙하지 않은 버거움이지만 그러면서도 이 고독을 아니 고통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길어봤자 이틀이고 짧으면 내일이면 오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