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입원했던 병실에는 중2학년 여자애가 함께 있었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얼굴도 예쁘장했는데 코에 커다란 붕대를 감고서도
그 밑으로 계속 먹을 것을 넣는 것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웃기고
철부지 소녀가 귀엽기까지 했다.
왜 저러고 있을까?속으로 궁금했는데
엄마 간병인이 "쟈는 지 오빠한테 대들다가 주먹을 맞았다네요"
아니 얼마나 세게 쳤으면 코가 다 부러진데요?
웃으면 안되지만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명랑하니까
모두가 웃었다."잘 됐네 부러진김에 예쁘게 만들어 ~~~~"
아이는 손에서 거울을 떼지도 않은채 "아줌마 그게 아니래요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높이는 것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데요.
아휴 속상해 이러고 학교에 가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을 할텐데.."
그녀가 생각이 났다.
40대 초반인 그녀는 왠만한 연예인 보다 더 아름답고
몸매도 조각 처럼 예쁘고 성격도 활달했다.
아이가 없고 돈도 많고 시간도 많아서 그런지 참 자유롭고 화려했다.
사우나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늘 싸웠다.
말 때문에........
언젠가는 손가락에 기브스를 하고 나타났는데
스키장에서 넘어졌다고 ....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었더니 부부싸움을 하다가 다쳤단다
또 어느 날에는 코에다가 붕대를 붙이고 왔다.
세면대에 부딪쳤다고 ....
"언니 어차피 부러졌으니까 손 좀 봤어"
ㅎㅎㅎㅎㅎ
이 여학생이 아니였으면 난 아직까지도 코를 다치면
치료할 때에 예쁘게 하는 것인줄 알게다.
남편하고 장난을 칠 때마다 난 "내 코를 부러뜨리지?
당신 덕분에 예뻐지게 말야"했는데...
난 사람 말을 너무나 잘 믿어서 순진하다고 놀려댄다.
그렇지만 난 살아가는 방식을 고치고 싶지는 않다
믿지 않고서 어떻게 살아갈까?정신건강에 오히려 해롭지.그냥 낭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게 편하지.
늘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그녀.
양파껍질 처럼 벗겨도 벗겨도 베일에 쌓인 그녀.
그러나 나에게는 유쾌한 웃음을 주었던 그녀가 얼마전 이사를 갔다.
내 가장 큰 고객이였으며 말 벗이 되어준 그녀가 그 곳에서는 시샘을 덜 받고 좋은 친구들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