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귀신이 붙은 거야.
어떻게 술만 마시면 정신을 놓고 다른 사람이 되버리는 거지?
멀쩡히 온 전화를 안왔다하고 말도 안돼는 고집을 부리고 오리발도 한타스로 드리미느냔 말이지....
남편이 씹어삼킨 전화와 무슨소리냐는 응대에 있는대로 화가 난 아내는 악악 소리지르다가 조곤조곤 되새김질해주다가 손만 휘휘 내젖고 돌아서 방을 나온다.
대화가 성립이 안됀다.
한 쪽은 내내 모른척....딴 소리고 한 쪽은 뚜껑열려서 악악거리니 무슨 대화란 게 될까...
잠시의 휴전시간이 효과가 있었는지 남편은 슬며시 백기를 든다.
아무래도 퇴마사를 불러야 할까봐...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네...
그렇게 손을 내밀어보는 남편을 보면서 아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만 2년을 넘게 내내 그 타령이다.
술을 마시면 절대 술자리에서 전화를 거는 법도 받는 법도 없다.
그러다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서야, 나 집에 가....
혀꼬부라져 말아들어가는 소리로 그 말만 한다.
무엇을 물어도 그저 '나, 집에 가...'
그 말 하나로 모든 대답을 대신한다.
그러다 집에 온 남편을 닥달이라도 하면,
이번엔 '몰라' 가 모든 답을 대신한다.
그것도 입을 열 때의 일이다.
대부분은 그저 멀겋게 쳐다보며 입을 다문다.
무엇을 물어도 고개를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말갛게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다 담배를 피우고
그러다 쓰러져 코를 곤다.
아내도 거의 적응이 되어간다.
담에 이야기 하자.
그렇게 묻는다.
코고는 남편위에 이불 한 장 덮어주는 것으로 묻어버린다.
아직도 술 냄새가 풀풀나는 남편은 몸이 힘드니 일단 아내를 꼬시기로 한다.
커피를 타오고 스스로를 뭐에 씌인 사람으로 치부하고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내가 웃거나 한 대 툭 치기라도 하면, 사건은 종료다.
그것으로 그 일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내는 마무리 벌칙을 제안한다.
피하지 말고 막지도 말고 세대만 맞어라.
힘껏 남편의 가슴을 주먹으로 혹은 손바닥으로 탁, 탁, 탁 세번 치는 것으로 막은 내려진다.
택시를 타고 와서 차가 없는 남편은 아내의 외출시간에 맞춰서 버스정류장까지 아내의 차를 얻어 탄다.
일단 차에 타면 다른 협상을 시작한다.
회사까지 태워주라.
엿먹어
숨도 안쉬고 거칠게 대답하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우하하.... 웃는다. 너 다워.
아내도 킬킬킬 따라 웃는다.
뭐 이뻐서 회사까지 태워주겠냐?
한 마디 더 붙이고 웃는다.
남편이 웃음끝에 묻는다.
우리가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해?
어, 이럴 땐... 어떤 남편이 엿먹으라는 아내 말에 웃으며, 어떤 아내가 남편 출근 길에 엿먹으라고 하겠어, 그것도 이렇게 이쁘게....ㅋㅋㅋ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남편의 술버릇을 툭툭툭 세 대로 마무리 해버리는 아내와
거침없이 상소리로 대꾸하는 아내에게 시원하게 웃는 남편.
어찌보면 이것도 천생연분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