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동화1
푸른 바람
여인은 집안의 공기가 숨막혀 창문을 엽니다.
바람 하나가 살포시 볼에 와 닿습니다. 아~ 따스하고 상큼한 바람입니다.
바람이 이야기 합니다.
"나와서 나와 놀자, 내가 본 세상 이야기도 하고 너의 마음도 들려주렴"
여인은 바람의 손짓을 따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바람이 여인의 볼을 쓰다듬고 여인의 귀에 속삭입니다.
"오랫동안 널 기다리고 있었어"
여인이 대답합니다.
"네가 거기에 있는 줄 몰랐어. 이렇게 나와서 너와 있으니 참 좋다."
여인은 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습니다.
살랑거리며 기분 좋게 부는 바람의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바람은 신이 나서 이야기 합니다.
바람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본 이야기도 합니다.
여인의 창을 서성였던 세월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여인과 합께 있어서 좋다는 말도 합니다.
여인도 이야기합니다.
여인의 마음 속에 있던 세상을,
여인이 창 안의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 지를,
여인이 꿈꾸는 세상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바람은 여인에게 꽃향기도 실어다 주고,
풀내음도 가져다 줍니다.
시원한 나무그늘도 만들어주고 따뜻한 햇살도 만들어줍니다.
바람과 함게 있는 동안 여인은 넒고 푸른 초원에 앉아있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푸른 초원에서 한 없이 쉴 수 있다면 좋겠다.
여인은 혼자 그런 소망도 가져봅니다.
문득, 바람이 묻습니다.
"그런데, 넌 왜 여기서 나와 놀고 있는거야?"
여인이 대답합니다.
" 네가 좋으니까"
바람이 다시 묻습니다.
"그럼, 네 창 안의 새상은 뭐야?"
여인이 대답합니다.
"그건, 내가 사는 세상이야"
바람이 화를 냅니다.
"그럼, 여기는 네가 사는 세상이 아닌거야? 그럼, 난 뭐지? 당신은 여기서 나와 함께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라고 했는데, 그럼, 당신이 여기서 세상을 살면 안되는 거야?"
여인은 말하지 못합니다.
여인이 바람과 함께 있는 여기는 창 안이 아니라 창 밖이고, 창 안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란 것을, 여인과 바람만의 세상이란 것을 어떻게 바람에게 설명해야하는 지 몰랐습니다.
다시 바람이 묻습니다.
"만약에, 내가 당신의 창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함께 새상을 살 수 있는 거야?"
여인은 대답하지 못합니다.
바람이 다시 말합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창 안에서 당신의 세상과 함께 하면, 당신이 더 행복할 수 있는거야?"
여인이 고개를 흔들며 말합니다.
"모르겠어. 왜 나한테 그런 걸 묻는 거지?"
바람이 대답합니다.
" 나는 당신의 행복한 웃음을 사랑해. 당신이 늘 웃으며 세상을 살았음 좋겠어. 그런데, 내가 창문 밖에서 당신을 보고 있으면, 창 안의 당신이 행복하게 웃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아서 화가 나. 그리고, 가끔은 창 안에서 나와 있을 때랑 다른 웃음을 짓는 것도 화가 나."
여인은 갑짜기 바람이 차갑게 느껴져서 눈을 뜹니다,
여인이 행복하게 앉아있던 초원이 사라집니다.
여인이 눈을 뜨고 보니, 여인의 앞으로 차들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오가고 회색건물들이 보입니다.
여인은 문득, 바람의 말처럼, '내가 왜 여기에 나와있는 거지?' 혼자 반문해봅니다.
창 안의 일상들이 다시 여인의 머리속을 채워갑니다.
'들어가서 그 일상들을 해결하는데....'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그런 걸 묻지 말지...
그냥 날 두어도 해가 저 빌딩 너머로 지면,
내 어깨가 으스스해지는 다른 바람들때문에 네가 너의 구름으로 갈 시간이란 것을,
내가 다시 창 안의 세상으로 돌아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상의 일들을 해야 하는 시간이란 것을 알게 될텐데..."
여인은 담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켜세우며 바람에게 대답하지 못했던 말을 합니다.
"네가 이 창 안으로 들어오면, 너는 더 이상 꽃향기나 풀내음을 내게 실어다 줄 수가 없어.
너의 그 상쾌하고 기분 좋은 푸른 내음은 생선 비릿내로 그을리고, 먼지고 뒤덮여서 나를 숨막히게 하는 공기가 돼버리고 마는 거야.
나는 숨막히는 공기로 바뀐 너를 창 밖으로 내버리고 싶어할꺼고, 그럼, 너는 더이상 나를 행복하게 웃게 했던 푸른 바람이 아닌거지.
너와 나의 초원은 이 창 밖의 어디여야 하는데,
나는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세상의 일상이 끝나지 않아서 너와 함께 너를 영원히 푸른 바람으로 있게 하는 초원으로 갈 수가 없는 거야."
그리고 여인을 담장에서 일으켜세운 바람에 대한 원망의 말을 삼킵니다.
' 왜 나를 이렇게 서둘러 눈 뜨게 한거니...
조금 더 너와 시간을 갖고 싶었어. 너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 참이나 더 남아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