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꽃
패랭이꽃이나 카네이션과 같은 석죽과 식물.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안개가 내린 모습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 눈이 왔네"
한겨울의 일요일 늦은 잠을 깨우기에 이 소리보다 더 기분 좋은 소리가 있을까. 남편은 일어나란 말대신에 눈소식을 전한다. 내팔을 배게삼아 자던 아이가 그 소리에 "눈?"하면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고 나는 부시시 눈을 반쯤만 뜨고 커튼을 열어 바같 풍경을 본다. 앞집의 초록색 기와지붕위에 동그만한 눈꽃이 피어있다. 수북이 쌓인 눈은 아니지만, 유난히 눈에 인색한 올 겨울이고 보니, 그저 다 녹아내리지 않고 지붕위에 하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는 눈만으로도 이 겨울이 포근하고 정겹게 한다. 초록색 지붕위의 눈은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걸까.... 초록이 배경이고 하양이 오브제인지, 초록이 오브제이고 하양이 무늬인지... 초록 지붕위에 쌓인 눈을보니 초록 잎과 수많은 가지 끝마다 하얀 꽃을 매단 안개꽃이 떠올랐다.
지금은 안개꽃만으로도 훌륭한 꽃다발이 되기도 하고 병꽂이를 해도 보기 좋아서 홀로 주연역활을 하는 꽃이지만, 예전의 안개꽃은 장미나 백합같이 크고 화려한 꽃을 빛나게 하는 부속물의 화초로 많이 쓰였던 꽃이다. 안개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멀리서 보던 안개꽃의 하얀 점같은 꽃의 다른 매력을 만난다. 5개 정도의 꽃잎이 단아하게 붙어서 작지만 그 자체로도 완벽한 균형미를 갖고 있다. 볼 품 없게만 느껴졌던 야생화를 고개 숙이고 들여다보았을 때의 놀라움과 감동을 맛 볼 수 있다.
안개꽃은 여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투박한 자기의 화병보다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유리화병이 더 좋다. 키가 큰 크리스탈 화병에 풍성하게 안개꽃을 꽂아 침대옆에 놓으면, 그 어떤 소품보다 훌륭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노랑 불빛이 나는 작은 등하나만 켜놓은 채 안개꽃이 가득한 화병을 한 쪽 배경으로 삼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와인 한잔을 마시면, 그 밤이 내내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언약식이나 결혼식 때 신부의 머리에 안개꽃 화관을 만들어 씌어주어도 좋다. 요정이나 여신같은 분위기로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신발장이나 현관에는 안개꽃바구니를 낮게 놓으면, 하루를 촉촉하고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 되며, 힘든 일과를 끝내고 들어오는 식구들에게 그만한 위로와 따스한 반김의 메세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에이션을 해야하는 회의테이블이나 무거운 비즈니스를 위한 책상위에는 안개꽃은 별루다.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과 냉정함을 요하는 자리나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회의자리를 어수선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