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보기 위해서
살아가는 이야기 2004/08/26 14:01   http://blog.azoomma.com/ahong77/154529

오랫만의 글에 꼬리글 달아주신 분들에게 먼저 감사하고...

금팔이...너의 지친 마음이 나를 안타깝게 하는 구나.

책으로나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다면... 언젠간 눈으로 몸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꺼란 희망도 품게 되지...꼭 그렇게 되면 좋겠구나...

 

무기력이란 병은 참으로 오랫동안 나를 묶어 둔다.

아자 아자 화이팅 !!! 주먹을 아무리 휘둘러 봐도 1초가 안되서 한 숨부터 나오니...

작은 행복들을 찾아서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며 좀 웃어보려 하는 데, 생각처럼 마음이 움직여주지도 않고...

 

의지하며 살고자 한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지친 내 몸을 기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마음을 누이고 싶어했다.

그런데, 그는 그 자신이 감당해내야 할 자신의 세계조차 버겁고 힘겨워 날마다 술에 의지해 살고 있었다. 마음 둘 곳이라 믿고 마음을 턱 두었다가 난 소외와 지독한 고독을 혹으로 달고 그 마음을 접어야 했다.

이제는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다.

이쁜 딸아이의 볼에 하염없는 뽀뽀를 퍼부으면서 나는 혼자 울고 또 울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움직이기 어렵고 달래기 힘들고 세워놓기 까다로운 것 같다.

붙잡아 매어 둘 수도 없고, 훨훨 나려버릴 수도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그저 그 마음이 나름의 코드를 쫓아 흔들거리는 대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게 답이지 싶다.

 

밀쳐진 마음을 다시 부여잡고 그 엄청난 상처를 끌어안고 나는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어느 저녁 식사 때, 누군가가 나를 보며 경악을 숨기지 못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한 말이 아프게 떠오른다. 40대 같다고... 너무 상하고 힘들어보여서 마음이 아프다고...

 

어려보인다는 말을 듣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이들어 보인다는 말이 더 익숙하다.

검정 반, 흰 반이 되어버린 머리카락...

술과 한 숨과 담배에 쩔어 거칠게 윤기없이 죽어가는 피부...

환한 웃음 대신 깊은 시름과 우울한 독기로 가득 한 내 얼굴...

거울을 보기도 싫고 화장을 하기도 싫어져버린 내 모습이 처음 마주한 그의 눈에도 보였나보다.

왜 안보였겠는가...

...

 

다시 나를 안기로 해본다.

다시 나를 돌보기로 한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비록 많이 삐뚤어지고 어두워지긴 했지만,

아직도 살아야 할 날들이 많기에 다시 나는 일어서서 당당히 거울을 들여다보고 나를 본다.

그래도 병들지 않았고, 무엇인가를 언젠가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을 수 있을만큼의 정신은 있으니...

내 사랑하는 딸의 당당한 엄마로서 살아야하는 내 의무가 나를 일으켜주리라 믿고 싶다.

 

사회에서 밀쳐지고,  어리석은 믿음으로 상처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밀쳐내졌지만,

몸 누일 집이 있고, 날 끌어안아주는 딸이 있고,

병들지 않은 몸이 있으니...

가야한다.

세월을 죽이며, 시간을 낚던 내 한심한 모습을 버리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누가 좀 가르쳐주면 좋겠다.

 

무엇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렇게 시간을 죽이며 나를 죽이는 것이 길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더는 시간을 죽이며 나를 내 자신도 삶의 중심에서 밀쳐내버리고 버려두지는 않겠다.

그가 날 버려두었다고 나 자신조차 날 버릴 수는 없으니...

 

아프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