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만이다.
블로그를 개설해놓고 한동안 신나서 눈팅도 하고 글도 올리고 했는데...
사건이 터지고 일을 그만두고 침체와 허무와 무기력으로 나를 버려둔 채 몇 달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그 누구도 만나기 싫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지금도 그렇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싫다.
정말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가장 믿었고 나를 믿어주었던 사람으로부터 너무도 큰 배신을 당하고
빚더미를 끌어안은 채 자본주의 사회의 낙오자로 떨어져서 어찌할 줄 몰라서 이렇게 손놓고 있다.
그 일이 터진 것은 작년 1월이다.
그 때의 암담하고 망막하던 감정이 이제는 허탈하고 슬픈 감정을 넘어서고 있다.
무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때로 미치게 화가나고 때로 아득할 뿐이다.
하얗게 새에버린 머리카락을 보며 윤기없이 까칠하고 퀭해진 얼굴이 거울에 비쳐질 때,
울고 싶어도 울음이 나오지 않아서 울 수가 없다.
내 안의 나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도 거부하지도 못하고 그저 몸 숨길 곳 없는 사막의 한가운 데 버려진 채 홍채를 풀고 지고 뜨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체념과 담담한 받아들임의 모습은 그저 그거는 것이 나답다는 무의식적 본능에 의한 제스추어일뿐이다.
아무것도 나를 움직이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무기력으로을 이겨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겨야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생각이란 걸 다시 할 수 있는 건 지...
아무 생각도 안든다.
아니...어쩌면 하기 싫은 것이지도...
냉정한 판단과 대책이 두려운 게 아니라, 벌어진 일들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가 두렵다.
정말로 인정하고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두렵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
싫다.
정말 싫다.
그래도 움직여야 하는 데...
법원으로부터 날라온 지급명령서....
상환 독촉장...
법적 조치 시행 안내서...
내 목을 조이고 내 가슴을 후벼파는 그 종이들을 받아들 때마다 다시 또 넘어지고
머리가 비워진다.
나와야하는 데...
벗어나야하는데...
정신 차려야 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