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년 교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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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아이들과 교문 앞에서 헤어지며 돌아서자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입학한 지 3일째 되는 아이들은 천방지축이다.
아침에 출근해보면 학교에서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짓고 서성이는 아이 한 둘은 꼭 만난다. 물어보면 열이면 열 일학년이다. 요즘 학교는 옛날처럼 일자로 쭉 지어진 건물이 거의 없고 'ㄷ'자, 'ㄹ'자 혹은 'ㅌ'자 모양으로 생긴 건물이 대부분이라 어른들도 가끔 교실을 못찾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일학년이야... 엄마없이 용감하게 학교에 왔으나 입구를 잘 못찾으면 이렇게 복도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선뜻 물어보지고 못하고 마냥 서있는것이다. 손을 잡고 교실로 데려다주면서 " 혼자 오다니 아주 용감하네. 다음부터는 저쪽 현관으로 들어오면 금방 찾을 수 있다." 하고 말해주었더니 기특하게도 "고맙습니다."하고는 제 교실로 들어간다. 잠깐이었지만 얼마나 겁이 났을까.
키 순서대로 번호를 정해주고 자리를 정해주었더니 다음날 아침부터 자기 자리를 잘 찾아 앉으니 어찌나 기특한지. 게다가 짝꿍이 자리를 못찾고 있으면 가서 손잡고 제자리로 데려다 주는 아이도 있다. 늘 저렇게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하는 걸 잊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이야기 듣는 것은 공부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꼭 책 펴놓고 뭘 써야 공부한다고 생각한다. 인사하는 걸 배우느라 책은 안보고 내가 앞에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자리에서 나와서 한명씩 서서 인사하고 하는 걸 한 시간 다하고 났는대도 ' 선생님 공부는 언제 해요?' 물어서 웃음이 났다. 어떤 아이는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 선생님 이건 4분의 4박자지요?' 하기에 " 어머 벌써 그런것도 알아? 대단하네." 했다. 잠시후 다른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이번에는 "선생님 이건 8분의 몇 박자예요?" 한다. 난 그냥 좋은 노래를 같이 듣고 싶었을뿐이건만...
잠시 교무실에 다녀왔더니 어떤 아이가 선생님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열고 인터넷을 여기저기 눌러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따끔하게 혼내야겠다 싶어 무섭게 했는데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혼나서 기분나쁘다고 시위를 하는건지 다음 시간내내 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몇번 주의를 주다가 나중에는 그냥두었는데 집에 갈 때 까지 줄을 안서고 자기 마음대로 앞으로 왔다 뒤로 갔다 하고 신발주머니를 돌리다가 다른 친구를 쳐서 울리고.... 어찌 해야 하는지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모든 환경이 낯설고 적응할려면 서로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뿐 아이라 선생님에게도. 복도를 지나가다 작년에 가르치던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다행이(?) 아이들도 반가워하며 나에게 매달리고. 괜히 코끝이 찡해온다. 함께 할 때 제대로 못챙겨준게 미안하고 그래도 잘 자라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하고. 올해 아이들과도 빨리 정이 들어야 할텐데... 다시한번 올 해 나의 다짐을 되새겨본다. 천천히, 작고 소박하게, 그러나 꽉 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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