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휴가는 마음맞는 사람들이랑 가야한다.
아님 그냥 단촐하게 가족끼리 가거나..
엉겹결에 시누네 식구들이랑 함께 가게 되었다.
부지런떨면서 서해안 펜션을 미리 예약해 두었던 나의 실수다.
결혼후 3년동안 시댁식구들이랑 같이 휴가를 다니고는 다시는 안가리라
다짐을 했는데 벌써 잊었던 것이다.
휴가가 아니라 원정 파출부신세가 되리라는걸.
3박 4일동안 내내 밥하고 치우고 애들 뒤치닥거리하느라 신경질이 났다.
시누랑 시누남편은 아직 어린 애기 챙긴다고 서로 돌아가면서 애보느라 바쁘고
나만 밥해먹이고 작은애 챙기고 하느라 정신없었다.
게다가 날짜도 아닌데 생리까지 갑자기 시작되서 몸도 아프고...
내 평생 이렇게 최악인 휴가는 더 없으리라.
다행히 큰애가 너무너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행복했다.
모처럼 아빠가 많이 함께 해 주는것도 고마웠고...
작은애는 파도가 오면 좀 무서워했지만 모래놀이는 실컷했고
나도 애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왔다.
인터넷만 보고 예약해서 조금 걱정했던 숙소도 아주 훌륭해서
남편은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했고
모처럼 화단에 핀 채송화며 분꽃이며 봉숭아도 애 한테 보여줬다.
채송화는 정말 오랜만에 본거라 어찌나 반갑던지.
가까이에 있던 구름포라는 해수욕장은 이름만큼이나 작고 이쁜 곳이었다.
서해안이지만 물도 맑고 깨끗하고..
비록 새끼손톱만하지만 조개도 있어서 큰애는 연신 조개를 잡으면서
즐거워쌨다. 나중엔 다 놔주었지만.
안좋은 감정이랑 기억들은 잊어야겠다.
그냥 좋았던 기억들만 오래도록 남겨둬야지..
아직은 철없는것같은 시누도 언젠가는 이런 내기분 알겠지.
내가 큰외숙모 마음이 이해되는것처럼...
이제 다시 일상이다.
그동안 밀려던 큰애 일기랑 방학숙제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태평이고 나만 애가 탄다..
도대체 누구 숙젠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