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습지를 집어치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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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이번에 입학하는 애가르치는 얘기가 나왔다. 내가 학습지시키느라 죽을 맛이라고 하니까 후배왈. " 언니, 그런거 왜시켜. 잘 하는거 한두가지만 집중해서 잘 하도록 해봐. 공부야 다들 비슷비슷한데 아무리 해도 1학년이 얼마나 공부에서 차이가 난다고 그래. 이것도 남들 만큼 저것도 남들 만큼 하다보면 평균적인 애밖에 더 되겠어? 차라리 이건 정말 얘가 잘하지 이런거 하나 있는게 훨씬 좋아. 기본적인거 인사 잘하고 자기 물건 잘 챙기고 정리 잘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이런게 정말 중요하지 수학 조금 빨리 풀고 딴짓하고 친구들 무시하고 이런애들 정말 보기 싫다. 학습지 할 시간이면 책 읽고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가위로 오려서 뭘 만들어보고 이런게 훨씬 낫겠다." 이게 정답이다 싶었다. 내가 언제까지 애붙들어 앉혀놓고 공부를 가르칠 수는 없는거고 자기가 알아서 하게끔 공부하는 습관만 길러주고 현모는 언어쪽으로 재능이 있으니 영어공부를 좀더 신경써서 가르치고 그림그리거나 만드는것도 좋아하니 일주일에 두세번 함께 그림그리고 만들고 1년 넘게 해온 수영이나 계속하고... 좀 정리가 되고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공부보다 인간이 되게 가르치는게 더 중요하다는거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왜 자꾸 욕심을 부리게 되는지. 내자식이 남들 보다 앞서야 한다는 부모 욕심이 이 사회를 점점 살기 힘들게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또 그런 사람들보면 혀를 끌끌 차면서도 막상 내자식이 남보다 뒤쳐지는건 눈 뜨고 볼수가 없으니...
마음에 여유가 좀 생겼다. 좀더 멀리보고 넓게 보고 애를 키우자고 마음 먹었다. 내가 조급해하니 오히려 애가 학교가는걸 두려워하고 학습지 한다고 앉혀놓고는 답답해서 소리지르니 공부하자고 하면 짜증내고... 그러고 나면 애한테 미안하고 내자신이 싫어지고. 악순환이다.
잠시 학습지를 구석으로 밀어놓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애가 그리도 하고 싶어하는 실뜨기 놀이나 실컷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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