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무사히 집에 도착... | ||
| ||
운전한지 3년째다. 면허를 딴지는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장롱면허를 탈출하여 운전대를 잡은것이 2001년 여름이었다. 친정아빠가 쓰시던 에스페로를 공짜로 얻어오고는 지하주차장에 석달가까이 세워놓고는 언제나 한번 끌어보나 마음만 굴뚝 같다가 남편에게 몇번 연수를 하고는 겁도 없이 도로로 끌고 나와봤다. 차선을 못바꿔서 그냥 한길로 쭉 가는 곳에만 가기 시작했다. 다음엔 한번쯤 벌벌 떨면서 차선을 바꾸어봤다. 그리고 다음엔 배짱이 생겨서 뒤에서 빵빵거리던 말던 내갈길을 가는 초보아줌마가 됐다 그리고 이제 3년. 복잡한 서울 강북빼고는 강남까지는 진출했다. 북쪽으로는 일산까지도 애들 데리고 몇번 가봤고 남쪽으로는 평택까지 가봤다. 엊그제는 작은애데리고 춘천 친정까지 갔다. 울신랑은 영 못미더운지 그냥 버스타고 가라고 했는데 그냥 차 끌고 가버렸다. 도착했더니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던 우리 친정엄마는 큰딸 대견하다고 등을 두드려 주신다. 오랜만에 엄마가 해준 보름 나물이랑 오곡밥 먹고 엄마랑 온천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고 이런저런 밀린 얘기도 하고.. 오늘 바리바리 반찬이며 김치 싸들고 다시 돌아왔다. 오가는 내내 카시트에서 잘 자준 둘째 덕분에 힘들지 않게 잘 돌아왔다. 잘 왔다고 전화했더니 친정엄마가 이젠 오고싶을때 맘대로 왔다갔다 하겠다면서 더 좋아라 하신다.
운전을 한다는건 내가 갈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기동력이 생겨서 어디든 내가 맘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는 의미고. 아직은 작은 애가 어려서 카시트에서 내리려고 울기라도 하면 힘들지만 조금만 지나면 애들은 크니까.. 내가 운전을 못할때는 우리 신랑 내가 어디를 가도 별로 걱정안하더니 요샌 차가지고 어디가면 걱정이 되는지 안하던 전화를 다 한다. 내가 걱정되는게 아니라 자기가 아끼는 차 망가질까 걱정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들 만나면 운전부터 배우라고, 그래서 처녀적에 친구들이랑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니라고 조언한다. 내가 처녀때 그런걸 못해봐서 결혼안한 내친구들이 지들 마음 땡길때 어디든 떠나는거 보면 너무 부럽다.
조금더 자신감이 생기면 남편이랑 부부싸움이라도 한 날 혼자 차몰고 강릉으로 떠나 낙산비치호텔의 바닷가쪽 객실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며 하룻밤 지내다 돌아오는게 요새 꿈이다. 그런데 이런 내마음을 남편이 아는지 조금만 싸움이 될라치면 먼저 꼬리를 내리니 어찌된일인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