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학통지서를 받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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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큰아이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밤늦게 통장님 아들(우리동네 통장님은 한번도 얼굴못봤다 늘 중학생 아들이 심부름을 한다)이 취학통지서를 건네주는데 무슨 합격통지서를 받은 듯 기뻤다. 그냥 작은 종이 쪽지에 갈 초등학교 이름과 예비소집 날짜가 써 있는건데 읽고 또 읽고. 남편이랑 둘이 드디어 학부모가 되는구나 하면서 감격했다. 남편나이 올해 마흔이라 늦어도 한참 늦어 일찍 결혼한 다른 친구들 아들 딸들은 초등학교간지 한참 됐다. 그래도 내나이가 아직 어려서(?) 내 친구들 중에는 학부모가 되는 첫타자다. 아이도 우리가 흥분하면서 좋아하니까 덩달아 기분이 업되어서 학교 가는 날이 며칠 남은거냐고 세어본다.
난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내가 대견해서, 그리고 이제껏 이 험한 세상에서 무사히 자라준 아이가 고마워서. 힘든 회사생활 잘 견뎌주는 아이 아빠가 고마워서. 그리고 또 아이가 겪어야할 많은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이제 세상을 향해 나가는 아이가 단단하게 뿌리 내릴때까지 많은 상처 받지 않았으면.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세상이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기를.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취학통지서를 받을 때 뉴스에선 부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더 마음이 아팠나보다. 다 키운 자식을 그렇게 어이없이 읽어버렸을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나서 더이상 뉴스를 볼 수가 없었다. 다른데로 채널을 돌리며 아이에게 아무리 아는 사람이라도 아무데나 따라가면 안되고 모르는 사람이 뭘 물어본다고 차로 데려가거나 과자사준다고 가자고 하면 절대로 따라가지 말고 만약 억지로 데려갈려고 하면 크게 소리지르거나 손을 콱 깨물고 달아나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아이는 내가 정색을 하고 말하니 저도 무서운지 알았다고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을 했다. 세상의 아름다움보다 두려움을 먼저 배우게 되는건 아닌지.. 이런저런 걱정이 점점 많아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