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만에 이런 설을 보내기는 처음이다.
너무 썰렁해서 도대체 명절같지가 않다.
아가씨가 시집을 가고 나니 명절이라고 올사람은 어머님뿐인데
어머님마저 안오시니 달랑 우리 네식구뿐.
그래도 전날 전부치고 나물무치고 바쁘기는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하는게 대충이다.
설 전날엔 둘째가 열이 39도 40도까지 오르는 열감기를 앓느라
밤새 잠을 설치고 설 아침에 겨우 차례지내고 밥한술 뜨고는 낮잠.
애가 아파서 친정에도 못가고 설연휴를 방콕했다.
TV에선 목포까지 22시간이 걸리네 어쩌네 하면서 계속 귀성전쟁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멀리 안가서 다행이다며 웃긴했지만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난 북적북적대는 대가족인 친정에서 자라 결혼하면 단촐하게 살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아무도 오지 않는 명절을 지내보니 세상에 이리 쓸쓸할데가...
무엇보다도 애들이 너무 불쌍했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다른 가족들과 거의 연락이 없이 지내다 보니
명절이라고 해도 찾아오는 사람도 찾아 뵐 어른도 없으니 우리 애들이 나중에
크면 어찌될른지.
그나마 다행인건 지들 두 형제가 있으니 명절때마나 서로 모이겠지싶어 다소 위안이
된다. 늦게 나마 둘째 낳은게 정말 잘한일이다.
3일 동안 하루 두끼먹으면서 아침은 떡국, 저녁은 나물 비빔밥만 먹었다.
조금한다고 해도 명절음식은 왜이리 남아서 버리게 되는지...
오늘 저녁엔 뭘 먹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