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학하는 첫애를 내가 너무 내버려뒀나보다.
작년 내내 내공부하는데 바빠서 겨우 유치원만 보내고
그 흔하디 흔한 학습지 하나 시키지 않았다.
아이는 유치원다녀와서 책읽고 레고하고 색종이접기하고 tv보고 컴퓨터하고
푹 놀았다.
똑같은 나이의 앞집아이는 피아노 발레 미술 종이접기 구연동화 예스셈 글쓰기등
늘 들어왔나 싶으면 또 나가고 하루 종일 바빴다.
난 그냥 애들은 놀다가 학교가면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준비하던 시험이 끝난 후 잠시 내아이의 학력을 진단해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선 글씨쓸때 연필 잡는 법도 틀렸는데 벌써 습관이 들어서
고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글씨는 어찌나 삐뚤빼뚤인지...
10이하 덧셈은 어찌 어찌 손가락가지고 하는데
뺄셈은 영 젬병이 아닌가...
때마침 방문한 영업사원의 말에 홀려 빨간펜 1년치를 카드로 긁어버렸다.
학습지가 배달된 날부터 가슴에 열불이 났다.
처음엔 재밌게 시작했다가 결국에 난 얼굴 벌개져서 이것도 모르냐?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책 읽을때 뭐한거야 급기야 너 바보냐? 까지....
곧 학교로 돌아갈 사람이라고 챙피해서 말 못하겠다.
남의 자식한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 왜 내애한텐 막 나오는지...
어젠 10의 보수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데 덧셈과 뺄셈의 관계를 아무리
설명해도 못알아듣는다.
나 닮아서 수학을 못할까봐 임신했을때 수학문제집도 풀었다.
인터넷을 뒤져 쉽게 놀며 가르치는 수학에 대해서 다 찾아 읽어봤고
수학교육과 관련된 책도 몇권 샀건만
애랑 마주 앉기만 하면 화가 나고 가슴에서 열불이 나니 어쩌면 좋은지..
이래서 내자식 못가르친다고 하나보다.
내가 가르치는 방법이 뭐가 잘못된건 아닌지..
내마음이 먼저 수양이 되어야 차분히 가르칠 수 있을거다.
자식 키우는 일 보통이 아니다.
잘 키우는건 더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