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파마를 했다.
예상외로 일찍 돌아온 남편에게 애들을 떠맡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요즘들어 유난히 매달리는 작은애때문에 화장실 볼일도 못볼 지경이라
정말 짜증이 났었기에 잠깐이라도 아이와 떨어져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3년동안 모아온 미용실 포인트가 있어 이번엔 공짜로 파마를 할 수 있기에
얼마전부터 가서 파마좀 해야지 했는데 이번이 바로 그 기회였다.
집을 나서니 우선 살것같았다.
앵겨붙는 아이가 없으니 몸이 가벼웠다.
애 징징거리는 소리 안들으니 머릿속도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나 엄마맞아 하면서 잠시 죄책감도 들었으나 이런 시간이나마 없다면
어찌 견딜까 싶다.
미용실에서 머리말고 있는 약 2시간동안 편안히 아무 방해없이 차도 마시고
오랜만에 잡지책도 뒤적이고 요새 유행한다는 패션도 눈여겨보고 흘러나오는
음악도 들었다.
한 오년동안 쭉 하던 롤 스트레이트에서 벗어나 꼬불꼬불 파마를 해봤다.
내자신이 어색하긴한데 새롭다.
신랑은 마누라가 머리를 했는지 어떤지 관심도 없고 회전목마에 정신팔려 있었다.
유지인이 나온다며 소리까지 질렀다.
와 유지인 아직도 이쁘네 하면서.
난 얼굴이 좀 궁상맞아지지않았어? 이혼했다던데.. 했더니
그래? 그래도 분위기 있고 좋은데 뭘..
마누라는 파마를 했는지 마는지 관심도 없더니 유지인 나오니 그렇게 좋냐?
.......
저녁반찬은 순두부찌개에 김치, 오이만 줬다.
좋아하는 굴도 초장에 찍어먹을려고 사왔는데 미워서 안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