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월의 몇 일,
그렇게 어떤 날짜가 제가 속해 있는 달 속에서
온전히 인식될 수 있는 것은,
처음의 1일과 끝의 마지막 며칠만이 누리는 특권인 것 같다.
그 외의 날들에 붙은 숫자들은,
다른 하루들과의 구분을 편리하게 해주기 위한
밋밋한 번호표처럼 보인다.
예를 들자면, 17일 정도의 날짜는
16일이나 18일이 아닌 17일일 뿐이지,
꼭 9월의 17일이라거나 11월의 17일이라고 따져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런 날들은 자기가 몇 일이라는 것을
한 번 상기시키지도 못한 채, 빠른 흐름 가운데
줄지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개인적으로 특별한 날일 경우
날짜가 또롯이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건 그 특별한 날의 특별함에 묻혀서 인식되는 것에 불과해서,
날짜 자체가 주인공으로 나서지는 못한다.
해서, 그 달이 시작되는 1일이라든지
아니면 그 달이 끝나가는 마지막 며칠을 앞에 두고서야,
오늘이 몇 월 몇 일이구나, 하고
한번쯤 날짜 자체를 쳐다보게 되는 그런...
오늘은, 오늘은... 몇 일이지?
김성희 님의 [빨간약 사용설명서] 중에서
♬ 웨스 몽고메리의 Alre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