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그라니...
기본 주제방 2004/10/18 23:40   http://blog.azoomma.com/RANBANG/164167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다보면

해가 질때까지 햇살 구경을 못합니다.

 

그 좋은 가을 햇살을 눈으로도 못보고 지나가는게

오늘도 참 아쉬운 하루였네요.

 

열심히 일하고 맞는 퇴근 시간

온몸이 녹초가 되고 뱃속에선 전력을 다한 표시인냥

시장기가 돌지요.

 

퇴근길 남편 가게에 들려 함께 퇴근해서는

부랴부랴 저녁차려 먹고 잠시 숨을 돌립니다.

 

그리고 남편은 독서실에서 마지막 지하철타고 돌아오는 큰녀석 기다린단 핑계로

자기 컴퓨터랑 놀 생각을 깔고선 다시 가게로 나가고

(그래도 그 맘이 고맙죠 뭐. 밤에 혼자 걸어올 아이를 생각하면)

난 동네 한바퀴 저녁 산책을 나갑니다.

말은 운동이지만 이제 습관처럼 신선한 공기라도 마시고

친구랑 하루 일과를 나누지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덩그라니 나 혼자만의 시간

좋으면서도 한구석이 시리네요.

앞으로도 나에게 남은 시간들은 이런 시간들이 더 많아지겠지요.

 

고3인 큰녀석 대학생이 되고

고1인 작은녀석도 야자에 태권도장에 학원까지 얼굴 보기가 더 힘들테고

미우나 고우나 내곁에 남편뿐이겠지요.

 

돈얘기만 빼면 싸울일도 없고

그저 시금털털한듯 얼굴만 봐도 속내가 보이는 사람.

이십여년이란 시간이 서로를 거울처럼 닮게하나봐요.

 

물론 아직도 다툴일도 많고 아이들 키우면서 힘들어 할 시간이 많겠지요.

너무 일찍 만나 함께 한지라 젊은날의 추억도 별로 없는 우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어 등 긁어주며 살아갈 우리이기에

그저 건강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동반자로 지내가기를 빌어봅니다.

 

내가 그를 미워했던 시간만큼 그도 나를 미워했던 적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 싸움마저도 체력의 낭비 같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겉늙어버린 우리지만

이렇게 덩그러니 있는 시간

그가 그립네요....

 


My 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