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다.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게으름을 피울새가 없다.
내 손바닥만한 텃밭에 들러
어제 풀뽑아 시원해진 땅의 소리를 듣는다.
어제 봐둔 호박이 무사한지 눈도장을 찍는다.
그리고 장난꾸러기 녀석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어느새 사람의 손길을 알아버린 이쁜 다섯녀석들....
이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두끼를 해결해야 할 음식들...
어묵을 볶고, 된장찌게를 끓이고....
풋고추 몇개 따서 고추장곁에 놓고....
압력솥이 터질까봐 안절부절 추를 돌리는 소리를 듣고
이제 내가 씻을 준비를 한다.
세수만하고 화장 안한 맨얼굴로 나가니
그 시간만은 그리 길 필요가 없다.
얼굴에 자신있슴도 아닌 그저 덧칠할 맘이 없다.
이제 식구들을 깨운다.
아침을 챙겨주고 나가야 그나마 내가 한일을 한듯 안도가 된다.
점심은 어쩔수 없다....그건 이미 하나를 위한 하나의 포기니까...
상을 치우고 시간맞춰 마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조금 걸어 어느 건물에 들어가는 내가 있다.
겉보기엔 아주 큰 건물
그 안에 작은 사무실에 앉아 앵무새 같은 말을 한다.
그래도 아직은 나에게 가장 쓸만한 것은 목소리 정도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꾀꼬리과는 아니고....
두시간 반을 앵무새 노릇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구내식당으로 올라간다.
식권을 내고 식판을 들어 내 뱃속을 채울 음식들을 칸칸이 채운다.
다 비운 식판을 놓고
잠시 쉬는 시간 휴게실에 앉아 앵무새 동료들과
얼마나 우리가 해낼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본다.
그리고 또 두시간 반 앵무새 노릇을 하고나면
삼십분의 휴식이 주어지고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두시간 반
똑같은 앵무새 노릇이지만
몇개를 했는지 갯수를 첵크하는 우리의 조련사들에게
우리는 늘 갯수로 평가되는 숫자일 뿐이다.
비가 온다는데 우산도 챙기지 않은 나
비 오는 거리를 같이 퇴근하는 동료에게 의지해 지하철까지 왔다.
지하철 안에서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어찌 그리 딱 맞추웠는지
지하철 행상이 우산을 팔기 시작한다.
그래 우산을 사자....
내가 쓰기보다는 아이를 주려고 검은 우산을 샀다.
집에 왔다.
그래도 어제 시장을 봐둔게 있어
오늘은 떡볶이를 해줬다.
라면사리도 넣고 푸짐하게....
아이들은 먹는거 앞에선 늘 행복하다.....
그들을 보는 나도 행복하다....
우연히, 아니 불안한 마음에 다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할수 있을것 같은 일이 있어 지원을 하고
면접 보자마자 출근을 하게됐다...
하고 싶던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수 있는 특별한 것도 없다.
지극히 평범하게
아니 지극히 바보스럽게 살아온 내 모습이 지금 이 자리에서 너무 싫다.
컴퓨터를 좋아하지만 나 좋아할줄 아는것만 할줄 알고
홈패션을 할줄 알지만 일급 기술자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벌써 이곳 저곳 아픈곳이 많으니
이 핑계, 저 핑계로 힘든 일도 못하고....
이런 나의 모습이 싫기에
아이에게 말한다.
어디서든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라고....
이왕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살아가라고....
때 늦은 후회를 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 밉기에....
이도 저도 안하고 있자니 터질것 같은 마음도 괴롭고
그렇다고 이러고 있는 내 모습도 한심하고....
그래도 오늘은 비가 온다.
내 마음속 여기저기 숨어있던 찌꺼기들이 씻겨내려가면 좋으련만....
마흔에 맞던 가을보다
마흔 하나에 맞는 가을이 더 풍성하기를 바랬는데.....
언제 다시 포기 할지 모른다.
그런 불안함 때문에 이렇게 한심한 타령을 하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는것처럼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