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에 먹구름 하지만 지금은 화창
기본 주제방 2004/06/19 12:09   http://blog.azoomma.com/RANBANG/137878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세상에 만들어 놓은 그네들로 인해

기쁨도 슬픔도 많이 얻었습니다.

 

근데 그제밤에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어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야할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고3짜리 아들이 학교에서 단합대회라고

불판을 준비해서 아침에 학교를 갔습니다.

근데 보통 11시쯤이면 집에 돌아와야할 녀석이

12시가 다되어가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핸편을 계속했는데도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그래 작은녀석한테 혹시 형 학원에 안 왔냐고 했더니

지가 형 친구한테 연락을 해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잠시후 작은녀석이 돌아왔는데

먼저 아빠 주무시냐고 묻너니 절 데리고 밖으로 나가더군요.

 

"엄마 놀라지 마세요.

형이 단합대회하면서 술을 마셨는데 취했데요.

형 친구가 같이 있는데 걱정하지 말래요."

 

어떻게 걱정을 안합니까?

생전가야 범생에 속하는 녀석이라 이런적 없던 녀석이니 더 걱정이지요.

그래 작은녀석에게 얼른 전화하라고 해서

남편 몰래 차를 가지고 큰녀석을 데리러 갔습니다.

근데 그 모습이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큰녀석은 거의 울부짖는겁니다.

죽고싶다고...

엄마, 아빠한테 실망만 주는게 너무 싫다고 자기같은건 없어져야한다고...

 

정말 정신이 멍했습니다.

내가 이 아이에게 이만큼이나 힘들게 했던것일까.....

겉보기에 늘 똑같다고 맘속으로 이렇게 곪아가는것을 몰랐을까?

정말 내 자신이 미웠습니다.

 

억지로 억지로 차에 태워 집에 오고

동생녀석이 업어다 제방에다 눕혀두고

그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

그 와중에 작은녀석은 형이 가엾다고 합니다.

앞으론 형한테 다 양보하겠다고...

 

아침이 되어 꿀물을 타서 먹이고 샤워를 하라고 깨었지요.

진짜로 필름이 끊어졌던건지

"엄마 나 어떻게 집에 왔어요?"한다.

 

그냥 미소만 지었습니다.

자기가 미쳤었나보다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하더군요.

제 대답은

"아니야 니가 그렇게 힘든거 몰랐던 엄마가 미안해"

이 말밖에 할수 없었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에게 얘기했습니다.

"여보 우리가 아이에게 힘들게 하고 있나봐"

남편은 냉정했습니다.

"지녀석이 먼저 수시다 뭐다 해놓고 제대로 안되니까 부모탓하고 있네."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아이는 우리한테 내색도 못하고 더 힘들어 끙끙 앓고 있어요."

"알았어. 나도 조심할께."

 

낮에 나가서 아이들 옷 몇가지를 사다놨습니다.

뭔가 못해주었다는 보상 심리였는지도 모릅니다.

돌아온 녀석 미안한듯 눈도 못 마주치며

예전의 착한 내 아들로 돌아왔습니다.

 

내아이라고 내것이라고 그아이의 영혼, 육체를 다 내것이라

여지껏 믿어왔는지도 모릅니다.

다 나의 착각이었는지 모릅니다.

좋은 대학을 가거나 못가거나 그런게 뭐가 중요합니까?

말그대로 청년실업이 점점 늘어나는 이때에

그저 진정 지가 좋아하는 일하며 즐거이 살아가길 원할뿐이죠.

 

어젠 지 아빠랑 저녁을 함께 하면서

아이의 어깨에서 대학이라는 짐을 덜어주기로 했습니다.

원하는 대학 못가면 그 전문분야의 다른 공부를해서

니가 원하는 일 하라고...

그리고 언제든 대학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때해도 된다고...

 

어쩜 우리집 이야기가 이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대학은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뒤쳐지는 내아이에게 세상의 눈높이 낮춰버린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게 소중한건

명문대에 다니는 아들이 아니라

무슨일을 하든 행복한 아들의 모습이니까요.

 

남편이 술먹고 속썩인 20여년의 세월보다

그 하룻밤이 내 가슴속이 더 까맣게 타버린것 같았습니다.

자식이란게 이런건가 봅니다.

세상에 내 놓은 책임이란것이...

그래도 다시 화창해진 내 맘이 고요합니다.

저 너무 단순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