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훗날 행복하고 싶다면...(방송 참여 글)
내가 쓰는 글방 2004/06/17 00:40   http://blog.azoomma.com/RANBANG/137359

비 온뒤 맞는 환한 햇님이 더욱 반가운것처럼
우리네 인생살이도 구비구비 힘든 고비를 지나왔을때의 편안함은

더욱 소중한것 같습니다.

제가 5월의 신부가 된지 올해로 열아홉해네요.
이것 저것 따질지 모르던 내나이 스물둘에
날 사랑해주는 한남자와 살수 있다는 그 철없는 생각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요즘같은 시절이라면 아마도 이것저것 따져보고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울 신랑 안다면 분명 삐지겠지만서두요.)

너 없으면 못살겠다는 말이 너 땜에 못살겠다는 바뀐다는 이야기.
정말 그런 시절이 오더군요.
결혼전엔 핸드백까지 들어주던 남편이
결혼하더니 잡은 고기 먹이 주는것 받냐며 변하는데 정말 얄미워서 혼났습니다.
그도 어린 나이인지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기 보다는
자신의 자존심만을 앞세우는 모습에 실망도 많았습니다.
내가 실망했던 만큼 그도 실망했을겁니다.
저도 한남자의 아내로 안주한다는 편안함에서인지
땅 넓은줄 모르고 마냥 퍼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땐 왜 결혼하면 집에 안주할 생각을 했는지 그것도 후회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한해 두해 세월이 흐르면서 우린 두 아이의 엄마, 아빠라는 기쁨과 함께
우리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잦은 직장 이동에 이것 저것 창업을 한다고 벌리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다보니
서로를 원망하는 시간들이 생기면서
왠지 우리가 제짝이 아닌데 억지로 맞춰놓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후회가 생겼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후비고 할퀴는 날카로운 이야기들로 상채기를 내던 시절들은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빙하기로, 남보다도 못한 그런 관계로 이끌어 가는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살면 뭐해? 차라리 지금이라도 날 위해 살고 싶어.'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부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된다는것은 결코 둘만을 위한것은 아니었습니다.
화가 나서 몇일 몇날 말 한마디 안하고 버틸수 있는 내 곁에는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하는 그가 있었습니다.
끝까지 치닿을수도 있었지만 사랑스런 내 두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나와 그.
둘다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우리곁엔 아빠만큼이나 훌쩍 커버린 든든한 아이들이 있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수 있는 여유도 있습니다.
물론 난 지금도 부자는 아닙니다.
그저 우리 네식구 건강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볼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짝이라 인정하고 시작했다면 누가 누구를 위해 희생하는것이 아니고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베풀고 이해하고 산다면 절대 이별은 없을겁니다.
첨부터 안다면 시행착오도 없겠지만 다 살고 난 뒤에 얻어지더라구요.
정말 서로 미울땐 처음 사랑했던 그때를 생각하고
그가 나에게 뭔가를 해주기 보다는 내가 그에게 어떻게 해줄까 먼저 생각해보세요.
내가 너무 구식인가요? ^^
하지만 언젠가는 그때 정말 잘 넘긴 내가 대견스러울때가 올꺼에요

 

*5월17일 방송에 소개됐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