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기본 주제방 2004/06/07 07:34   http://blog.azoomma.com/RANBANG/135112

어제 하루는 정말 마음 착찹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로 맥이 쫙 풀려버렸다.

 

한동네 사는 동네 아가씨가 새벽녁 교통사고로 세상을 달리했다.

힘들게 살면서도 그 딸네미에게 참 다정했던 아저씨에겐

정말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다.

 

중환자실로 실려갔다는 말을 듣고

남편이 달려갔는데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더란다.

 

이제 스물다섯.

아직 못다핀 꽃한송이가 그렇게 지고 말았다.

 

엄마, 아빠가 별거중이었는데

두분 사이를 오가며 그래도 끈 노릇 하던 딸이었는데

어제 장례식장에 가보니 두분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

 

딸의 주검앞에서도 풀지못하는 애증....

삼십년 이상을 함께 살던이들의 그런 냉랭한 모습이 보는이를 더 힘들게 했다.

 

오늘은 동네 호상에 가야한다.

올해 여든이 훨씬 넘으신 동네 할머니...

어제의 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의 주검이겠지.

손주, 손녀에 증손까지 보시고 효자, 효부의 지극한 효심까지 받고 가시는 양반...

그래도 그 자식들 못다한 효에 가슴 아파하겠지만

당신의 명을 마치시면서 식구들께 아쉬움도 없다면 그도 말이 안되지...

 

어제, 오늘은 두 주검을 접하면서

삶과 죽음의 두 단면이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케한다.

꽃다운 나이로 먼저 간 지은이에겐 아쉬움과 슬픔으로

노구를 등지고 자유를 찾아가신 할머님껜 감사와 존경을....

 

저마다 세상에 와서 여한이 없이 머물다 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무말도 남기지 못하고 가는

그런 이별은 하고 싶지 않다.

 

비 오는 아침.

아이들 학교 보내고 상가에 있는 남편도 없는 여유로움과 함께

오늘부터 다시 여유만만 백수가 된 나에게 할일이 상갓집 방문임이 서글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