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경 여섯개의 시선....
기본 주제방 2003/11/04 00:55   http://blog.azoomma.com/RANBANG/103781

오늘의 행선지

허리우드 극장.

신랑이랑 약속은 7시.

영화 관람시간은 8시 50분.

나 퇴근 시간은 6시.

오늘따라 왜 10분 일찍 퇴근 시켜준디야.

 

아무리 생각해도 한시간 십분의 시간을 주체할길이 없어서

(다들 바쁘게 집으로 향하는 동료들 붙잡고 놀아달랠수도 없고..)

에라 서대문에서 종로 2가, 3가 사이에 낀겨있는 허리우드를 향해 출발.

바람따라 흩날리는 은행잎 온몸으로 맞으며

광화문으로 종로로 운동삼아 산책삼아 시간땜삼아 걸었다.

그렇게 걸었는데도 종로 2가를 지나는데 6시 30분 조금 넘네.

신랑한테 전화걸어 어디쯤 오냐고하니 이제사 연신내를 지났다네.

그래 허리우드 앞에서 만나기로 한것을

내가 탑골공원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약속 재조정.

애인을 기다리는 모양새로 지하철 개찰구를 눈이 빠져라 바라다본다.

역시나 2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등장....

 

신랑한테 우리 오늘은 꼭 빨간 떡볶이 먹자고 하니

이 남자 배고파서 중간에 만두를 먹었더니 배가 안고프다나...

그래도 난 배고프다고 밥 먹어야 한다고 했더니

어느새 걷다보니 허리우드 앞.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순대국 한사발씩 뚝딱.

신랑은 소주 한병시켜 반병 마시고

우린 아직 여유있는 시간을 어찌 보낼까하다가

이제 늙은 신랑이 되었는지 극장에 들어가 기다리자네...

그려 그려 그러세 하고 극장으로 올라갔다.

아직 시사회 시간이 많이 남아서인지 한산한 극장.

영화 팜플렛 쫘악 꺼내와서 훑어보고 신문보고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영화 상영.

 

맨 앞 부분에 제작 국가인권위원회라고 올라오는것을 보고 어떤 영화일까 하고

눈을 반짝였다.

우리나라 잘 나가는 여섯명의 감독이

이 시대의 편견에 대해 꼬집은 영화로 기억에 남을것 같다.

 

실업고 3학년 여학생의 취업에 외모가 우선되는 세상.

공부 잘하는 여학생보다는 몸무게 줄이기에 성공하는 여학생이 성공하는 세상이라니...

 

미래의 모습인듯

삭막한 아파트속에 성폭행자라고 낙인 찍혀 누구에게도 외면당하는 사람....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게 과연 그렇게 힘든거구나 생각하게 하는 영화.

 

장례식장 주차요금 계산하는 아가씨와 싸우고 나와서 보니

그녀가 장지로 떠나는 영정의 주인공....

 

내 아이를 이 세상에서 잘 나가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혀까지도 성형하는 엄마의 모습.

 

우리나라 노동자로 들어와서 말이 안통한다는 이유로 행려병자로 분리되어

6년 4개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는 네팔 아줌마의 실화.

 

이 여섯개의 단막극이 모인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나 자신도 나의 편견의 잣대로

세상을 보아온건 아닐까하는 반성이 되었다.

영화 관람후 빨간 떡볶이 꼭 먹으려고 했는데

먼저 먹은 저녁도 소화가 안되서 오늘도 포기하고 그냥왔다.

아 빨간 떡볶이.

언젠간 먹고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