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속에서 나는 어디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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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행도 다녀오고 쏟아내야 할 얘기가 많을듯도 한데 어째 이리 할말이 없을까? 정신이 아직도 멍하다. 몸살끼까지 있다.
금요일 그렇게 끝난줄 알았는데 토요일 아침 전화가 또 왔다. 섭섭해 말라는 말씀과 더불어 다시 또 잔소리 시작. 본인은 그걸 잔소리라 하지 않으시겠지만 분명 듣는 나에겐 잔소리였다. 당신 아들 미역국 먹였냐는 그 노파심 섞인 소리도 잔소리였다. 당신 아드님은 상갓집가서 돌아오지도 않았고 전화도 없었다.
전화를 끊고 어젯밤 절여놓은 배추를 버무려서 속 넣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친정 엄마셨다. 엄마의 목소리도 가라앉아 있었다. 남편 안부를 묻더니 엄마의 걱정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시어머니 아침에 뭔 정신으로 우리 엄마한테까지 전화를 하신건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정말 엄마 전화를 붙잡고 한참을 통곡을 했다. 안 그랬어야 하는데.... 안 그랬어야 했는데.....
그 정신으로 김치 담궈놓고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렸다. 정말 생각 같아서는 여행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었다. 이런것도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할수 있을까? 요즘 내 하는일이 다 술술 풀리는듯하니까 시샘이 난걸까? 왜 내가 친정 엄마보다 더 좋다고 자랑하고 다니던 시어머니가 이렇게 변하신걸까?
함께 가기로 한 친구가 와서 나를 달랜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지않고 표정관리를 하려니 속이 속이 아니다. 출발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늦게 출발해서 7시 반이 다되어서야 강릉에 도착했다. 여행길 내내 남편이랑은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내 잠이 들어있었으니까 오히려 편했다.
횟집에 가서 푸짐한 회로 배를 채운다. 음식으로 배는 채우지만 뻥 뚫린 내 가슴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내 맘속에 후벼진 상처는 메꿔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폭죽놀이를 한다. 남편들 재워놓고 친구와 난 시원한 바다 바람 맞으며 이 밤이 가는걸 아쉬어하며 매일 보는 사이면서도 끝없는 얘기를 나눴다.
다음날 일찌감치 서두르자며 숙소를 정리하고 나섰다. 강릉에선 초당두부를 먹어봐야한다며 전통있다는 집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맛있게 먹고 일어나 계산을 하는데 어메 이게 뭐이래. 가격이 동네에서보다 훨씬.... 예상밖이다. 맛있다는게 가격으로 얘기하나보다 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 가격은 잊자고 했다.
말그대로 발 닿는대로 떠난 여행이 되었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안 막히는데로 게속 돌고 돌고 산길을 구비구비 도는데 온통 울긋 불긋 단풍으로 물든 산이 우리에게 손 흔드는것 같았다. 고냉지 배추들은 파랗게 밭을 메꾸고 눈으로만봐도 배가 불렀다. 가을속에 안긴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했다.
마지막 코스로 춘천을 택했다. 맛있는 닭갈비집을 찾아 주린배를 채웠다. 맛난 음식은 잠깐이라도 위안이 되더군. 돌아오는 길은 거의 잠을 자면서 왔다. 근데 힘든일도 안하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구경만 하다 왔는데도 온몸이 뿌지드하다. 오자마자 다시 긴잠에 빠지고 다시 아침이 오고....
남편은 상여를 매야한다고 나갔다 이제 막 돌아왔다. 남편한테 애길 안하고 혼자 삵히려니 더 속이 터진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다. 나 또 이런일 당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할런지... 다 풀어놓을수 없는 그 말들이 너무 너무 가슴 깊이 밝혀서 과연 그 상처들이 메꿔질지. 아님 그 비수를 뽑아낼수 있을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땐 얼떨결에 닥친 일이지만 지금은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 또 다시 마음의 병 얻으며 살고 싶지 않은데 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긴건지.....
몇시간을 쓰고 있는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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