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이시간에 잠못이루고 있는가?
낮엔 내 엄마 만나 참 행복했는데
저녁엔 시엄니 땜에 너무 슬펐다.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길.
마을 버스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시험중이라 일찍 마치고 돌아와있는 큰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응암동 할머니 오셨어요."
아이는 친할머니는 응암동 할머니, 외할머니는 고양리 할머니라고 부른다.
자기딴에 그게 편한지...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엄니 심기가 불편해 보이신다.
왜 그러신가 보니
간만에 온 아들집 살림이 당신맘에 안드셨던 모양이다.
그 마음 충분히 안다.
오래전부터 이사하려고 내 놓은집이 이사를 가게 되기는 커녕
안채마저 비어있어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 형편.
그 속에 살다보니 치워도 표안난다고 대강 살고 있는 며느리가 못마땅하셨던거다.
아침에 통화를 하면서
"아범이 낼 너희들 어디간다고 오지말라고 해서 안갈꺼다. 아범 국은 꼭 끓여먹여라."
이러셨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방문이 나도 편치 않았다.
그런 어머니께 내 딴에 그래도 정겹게 하려고 이 얘기, 저 얘기를 끄집어서 나누고
이쁘게 자란 호박 두개를 어머니께 싸드렸다.
어머니께선 국거리감, 돼지갈비, 과일 바리바리 사다 놓으셨는데 고작....
어머니께 이것 저것 죄송한 맘이 들었다.
어머니 가시고 오전에 사놓고 나간 배추를 절일까보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한바탕 잔소리에 청소도 해야하고 할일이 많은데 도움이 안된다.
남아 있는물로 걸레를 빨아서 청소부터 했다.
남편은 친한 친구 어머니 상을 당해서 옷만 갈아입고 나갔다.
어머니 계실때 통화를 했다.
저녁 8시.
전화가 왔다.
약주드신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가 한없이 크다.
도대체 이해할수 없는 억지 소리를 하신다.
끝없이 .....
눈물이 난다. 서러움이 복받친다.
한소리 또하고 또하고 .....
취하셔서 그러려니 아무리 누르고 들으려고 해도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안그럴께요."를 수없이 대답했다.
소용이 없다. 다시 원점이다.
그러다 어머니가 전화를 끊으셨다.
더 이상은 실갱이 하기 싫어졌다.
전화선을 뺐다. 핸드폰도 껐다.
한시간여의 시간이 지난뒤 원위치 시켰다.
오늘은 내가 하는 아지트의 정팅이었다.
내방 식구들에게 정팅에 오기를 소원하면서 참석하지 않을수 없기에
불편한 맘이지만 앉아서 친구에게 내 속 답답함을 얘기했다.
그러던중 시댁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께서 우리집에 가신다고 아까 한참전에 나가셨으니
무슨 말씀을 하던지 참으라고...
그리고 잠시후 "어멈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밤에는 안와보셔서 시골집 찾기가 힘드셨나보다.
날 보더니 하시는 말씀.
"나 너 화나서 집 나가서 전화 안 받는지 알고 놀래서 왔다. 너 봤으니까 갈란다."
'이러실것을 왜 그러셨어요. 어머니'
맘 속에서만 뱅뱅 돈다.
어머니 손을 잡고 "어머니 늦었으니 주무시고 가세요."
"아니다 나 집에 간다. 미안하다."
부득불 가신다시기에 택시를 불러 어머니를 보냈드렸다.
정말 몇시간 동안의 일이 아직도 가슴 가득이 멍하게 남아있다.
남편이랑 싸울때도 언제나 내 편이셨고
남편이랑 안 살고 싶을때도 날 붙잡고 우시던 어머니 때문에 주저앉기를 몇차례 했건만
오늘 난 정말 너무나 아득했다.
아마도 한참 동안은 어머니 나 보시기를 피하실것이다.
미움보다는 서글픈 마음이 가득하다.
어머니의 힘든 인생사를 알기에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당신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기에 어머니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