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침번 서기
기본 주제방 2003/10/08 00:31   http://blog.azoomma.com/RANBANG/100884

여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다고 하더니

내맘이 갈대여서 그런가?

 

며칠전부터 남편이 화요일 축구 경기 보러 가자고 했다.

고양시에 축구 경기장이 생겨서 거기서 오늘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한다고

자기랑 같이 일하는 식구들 내외랑 경기 보고 회식겸 한다고...

사람 미치게 만들고 이틀후니 내맘이 편할터가 있나?

하지만 마지못해 알았다고 했다.

 

오후엔 아픈 다리 왜 그런가 확인하려고 병원 나들이를 했다.

다행히 뼈는 무사한데

인대에 염증이 생겼으니 물리치료랑 약물치료를 하면 될것 같다고 한다.

일부러 친구 사는 동네에 병원을 골라 갔다.

그래서 친구 얼굴도 보고 서로 모종의 접선을 하고 돌아오니 생각보다 늦은 시간.

마을 버스타고 또 버스 갈아타고 남편을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하는데

퇴근시간이라 길이 무지무지 밀린다.

생각보다 많이 지체된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남편이 생긋 웃는다.

경기장 근처에 가니 도로가 마비 될 정도다.

입바른 말이 튀어나온다.

"지하철 타고 와서 걸을걸 그랬잖아."

이 남자 순순히

"내가 지하철 역이 어딘지 몰라서 그리로 오라고 못했어."

할말 없다....

 

차를 경기장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곳에 세워뒀다.

도중에 내려서 먼저 가라고 하는데 그럴수야 없지.

그래도 누구 말처럼 고무신에 붙은 껌처럼 한평생 살아야 할  팔자인냥

찰싹 붙어 걷다보니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날 본다.

바보.

 

인파들 속에서 일행을 만나고 시간보다 너무 늦은 입장에

이미 전반전은 반도 넘게 진행되었고

우린 골대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추울까봐 준비해간 숄을 둘이 무릎에 덮고 파도 타기도 하고

대한민국 박수도 치면서 경기 끝나기 5분전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각자 흩어졌다 모이기로 한곳.

김치 생고기 삼겹살집.

간단히 저녁만 먹고 헤어져오니 어느새 열한시가 넘었다.

낼 마지막 시험인 막내가 지금 잘테니 두시에 깨워달란다.

그리고 좀 있으니 학원 갔다오는 큰녀석도 그때 깨워달란다.

그래서 난 지금 불침번 핑계로 여유만만 나의 시간을 누린다. ㅋㅋㅋ

 

근데 좀 걸었다고 다리가 또 퉁퉁부었다.

병원에서 되도록 많이 안걷는게 좋다고 했는데

낼 물리치료가서 혼나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