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일상의 행복속에.........
37red ━┓ 일기장 2005/05/09 11:32   http://blog.azoomma.com/37red/191775
 
    비 개인 하늘이 오늘따라 유달리 고맙다. 해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며, 적당한 바람까지 설렁설렁 불어주니 더 좋다. 흐린 날씨의 연속으로 식구들의 밀린 빨래가 작은 산을 만들었다. 아이의 등교를 챙기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시간에, 투정 부릴줄 모르는 세탁기는 그 많은 옷들을 깨끗이 빨아, 물기 한방울 안나게 꼭 짜 놓고는 "빼에빼~ " 하고 애교썩인 보고까지한다. "참 고맙구나 ! " 우선 남편의 옷부터 널어본다. 셔츠, 바지, 운동복...... 남들눈에 그래도 폼새나는 "메이커" 하나 제대로 붙지 않은 옷가지 뿐이다. 성질 깐깐한(?) 옷들은 세탁소 신세를 져야됨도 있지만, 이래저래 생각해보니, 반듯한 외출복 하나 퍼떡 눈앞에 그려지지 않는다. 본인도 옷에 신경이 덜 하지만,, 무심한 아내의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기에 괜히, 젖은 옷을 자꾸만 탁탁 털어본다. "여보, 보너스 나오면 당신 괜찮은 옷 하나 마련해요?" "옷은 무슨 옷, 어머니 용돈이나 넉넉히 드려...누가 벗었어?" 늘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돈 버는 게, 부모를 끔찍히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 자세이고, 범상치 않게 살아가는 우리들 남편의 소박한 마음이리라~ "어머, 언제 이렇게 팬티가 다 헤졌지... !" "아이구나, 세상에 양말도 구멍이 쑹쑹 났고... !!" 입술이 그려진 팬티는 지난 결혼 12주년에 내가 선물해 준 것이다. "뭐 이래~ " 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던 그. 그 당시의 표정이 생각나 피식 웃어본다. 그동안 무척이나 즐겨입더니, 빨갛게 찍힌 입술무늬들이 닳아서 헤시시 해졌다. 남편들은 가끔 표현에 인색하고, 아닌척~ 하여도 비싸고 화려한 것이기전에, 아내의 마음과 사랑이 담긴 선물을 더 좋아하는것 같다. 오후에는 시간을 내어 시장에 좀 다녀와야겠다. 당연히 사 입어야 되는 양말과 자잘한 속옷들이지만, 예쁜 포장지에 고마움의 말이 담긴 편지나 장미꽃이라도 한송이 얹어서, "자기야~ 선물~ " 하고 내 밀면, "안 하던짓 하네" 하면서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을땐, 팬티 한 장에서도 아내의 마음을 같이 입고 싶어 하리라 ! 어느새,유리창에 해가 쨍하게 올랐다. 살랑살랑... 바람에 식구들의 옷들이 춤을 춘다. 몇년째 입고있는 남편의 셔츠도 묻어 있고, 삐순이 딸의 무지막지한 샘통도 분홍색 점퍼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모두다 사랑스런 내 가족들의 살가운 모습이다. 하이얗게 뽀오얗게 해를 받아 반짝이는 가족들의 옷을, 자꾸자꾸 매만지며 쓰다듬어 본다. 오늘도 남과 더불어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가운데 건강한 하루가 되길 빌며. 여자들은 이 맛에 힘을 실어, 구석구석 걸레질을 부지런히 하며, 가만 가만히 작은 행복을 키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