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은 사랑스럽다.
아놀드의 근육 보다도, 디카프리오의 눈웃음 보다도,
책 읽는 사람의 모습에서 마음의 동요가 더 온다.
살며시 다가가 "사랑해요" 라고 속삭여 주고 싶다.
사랑에는 눈도 멀고 귀도 멀고, 나이도 잊는 것.
길거리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혹은 복잡한 서점 귀퉁이에 서서
책 속에 얼굴을 묻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책 읽는 남녀노소는 다 내사랑 같으니~
이 무슨 세기말에도 이루지 못 할 상사병이랴 !
요즘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뜸해져서
신간은 자신있게 권해 드리지 못하겠고
예전 읽었던 책 중에서 가슴에 남았던 책을 말씀 드리자면....
3년전...류시화와 함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다녀 왔다.
릭샤를 타고 모래 바람을 가르며 카레 냄새를 질리도록 맡았다.
인도인의 선한 눈망울이 눈에 삼삼해지며
한동안 "노 프라블럼!" 명상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
[혼자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에서 전우익과의 만남은
그를 또 다른 세계로 향하게 했음이야~
혼자만 잘 살아 온 것도 아닌데
지난 시간을 더듬으며 옆사람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깨달은 바가 산이고 바위처럼 단단했나 보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는 팻 맥라건의 사상과 만나고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알기라도 하듯 행동 요법이 아주 강해졌다.
하지만 그는 결심만 하는 바보였다.
그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바보같은 바보가 좋다.
하룻밤에 천리를 가고 하늘에 닿는가 싶더니
어느새 땅 속으로, 또 우주를 돌아 온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소백산 자락을 굽어보며
최순우 작가가 노래한 한국의 미에 흠뻑 빠져들기도 했다.
유용주의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황석영의 [모래말 아이들]
세 권의 책을 단숨에 여행하고 난후 나는 鶴의 자태로
갑자기 폭식한 언어들이 소화가 잘 될까 마음 초조했지만,
트림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좋은 책은 소화효소가 아주 풍부함이야!
불혹을 맞이한 나의 나이테,
때는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인 5월
어찌 나의 가슴이 꽃 바람에 술렁이지 않으랴 !
삶이 채워주지 못한 마음 언저리~
모래말 아이들과 뒹굴고
야생초 편지에 밤을 꼬박 세우며
그대 가슴에 청산도 들여 놓고, 울긋불긋 꽃도 피어나고,
얼마쯤 지나면 뻐꾹새 소리도 시원하게 들려 주겠네 그려~
나는 지금 또 다시 [시인을 찾아서] 길을 떠났다.
신경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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