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누룽지
37red ━┓ 일기장 2005/04/22 11:01   http://blog.azoomma.com/37red/190142
      전기 압력밥솥에 익숙해진터라, 가스렌지에 올려진 압력솥의 불조절이 어렵다. 약간 뜸을 들인다는게 너무 오래 두었나보다. 바닥에 밥이 눌어 붙었다. 온전한 밥은 다 퍼내고, 불에 다시 올려서 솥을 뜨겁게 달구었더니, 납작하고 동그란 모양에 노르스름한 누룽지가 만들어졌다. 고슬고슬한 누룽지를 오도독 깨물어 먹으니 옛시절 생각이 난다. 겨울이 되면 시골 마을의 아침은 새초롬하기 이를데 없었다. 아직 밖은 칠흑같이 깜깜한데, 새벽잠 없으신 할매는 쇠죽을 끓이신다고 아궁이의 매콤한 연기에 연신 콜록콜록... 부엌에서 아침 준비로 분주한 어머니의 모습이 잠결에 꿈 꾸듯이 그려지고. 대문간의 강아지 예삐의 "꾸우웅끄응..." 기지개 켜는 소리.... "어서 일어 나거라~"는 어머니의 몇 마디에, 자꾸만 더 따스해져오는 아랫목이 좋아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 늘 그렇듯이 적당한 시간이 되면, 깨우기 작전 2단계로 어머닌 방문을 활짝 열어 놓았고, 톡 쏘는 새벽 공기와 함께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어슴프레 밝아오는 소랏빛 하늘 언저리 앞산 그리메가 손에 잡힐듯 했었지. 부지런하신 아버지, 벌써 일어나셔서 기침하고 계셨다. 아랫목 윗목에 서열을 두고 차려진 밥상에서,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에 속이 노란 배추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으면, 약속이나 한듯 밖에서는 동무들의 부르는 소리 "핵~꾜 가아자-----♬~" 그 때 집을 나서는 우리들을 쪼르르 세워 놓고, 동글동글하게 뭉친 누룽지를 손에 쥐어 주시던 어머니 마음. "선상님 말씀 단디 듣꼬.... 은주는 친구들 패지 말고.." 지금 생각하면 멀기만 한 등교길이 고소한 누룽지가 달래 주었나싶다. 오늘 우연치 않게 만들어진 나의 누룽지는, 그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보다야 덜하지만, 나도 이제 그 시절 어머니의 나이쯤 되고 보니 마음이 짠~하다. "어머니..~~!!" 하고 속으로 불러만 봐도 왠지 가슴 시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