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사랑을 싣고~~ ♡
37red ━┓ 일기장 2005/04/09 09:11   http://blog.azoomma.com/37red/188708
    시내에 급한 볼일이 있었다. 차는 정비공장에 가 있고 마음은 급했다. 택시를 타고 갈까 싶어 큰 길을 서성이고 있었다. 마침 버스는 그런 내맘을 아는 듯 슈-웅 힘차게 달려 와 주었다. 반가운 친구의 품에 안기듯 한걸음에 달려가 성큼 올랐다. 할딱 숨을 고르며 어깨에 두르고 있던 가방을 열었다. ............ 에-고, 뭐 뒤져볼것도 없겠네. 꼼꼼치 못한 아지매야~~ 지갑을 빠트리고 나왔네....... 여러장의 마트영수증과 동전 몇개 딸랑~~ 내릴까 하다가 집에 올땐 해결할 방법이 있어서..... "아저씨, 저 돈이 없어요... 400원 정도 밖에 없는데.....요 얼마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이다시피 사정을 말했다. 뒤에 앉은 사람들이 들으면 어쩌누 싶고 또, 왜 그렇게 무안한지! "허허..그런 사람 한 둘 아닙니다. 이왕 탔는데 내릴 수는 없고..." 그 때 누군가 뒤에서 또닥또닥 걸어 왔다. "제가 대신 내 드릴게요...괜찮아요.." 하고는 버스비를 따라락 통안에 넣고는 자기 자리로 가 앉는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얼굴이 예쁘장한 아가씨였다. 짧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얼른 옆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때 내맘은 꼭 중학생 사춘기 소녀같이 부끄럽고 쑥쓰러웠다. 얼굴 빨개졌다. 늘 자가용만 끌다가, 오랜만에 버스를 타 본 기분이란...... 언제 내가 이렇게 달라져 있었나 싶다. 버스비가 얼마라는것도 모르고 고심이었으니...... 버스로 왕복 시내를 다녀오며 뿌듯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운전하시는 기사분의 친절도 그렇고...... 젊은 학생들이 노인을 위해 선뜻 자리를 비켜서는 정겨움. 아직도 그 정과 '경로석 우대'의 교육은 살아 있었다.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오르락 내리락 대중교통을 가까이하는 검소함. 차창으로 펼쳐지는 도심의 가로수들, 산을 오르며 보고 느끼는 초록과는 또다른 살풋함이 있었다. 가만히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살피고, 형형색색의 간판들을 읽으며 생소하면서도 재미를 느꼈다. 가끔은 차를 집에 쉬게 하고, 버스를 타고 가까이든 멀리든 다니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