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합니다.
꼬맹이 학교가는 바쁜길에 한 술 뜨다 남긴 고추가루 빠알갛게
물들인 식은밥을 한 삽 크게 퍼서 삼킵니다.
빼빼말라 밥그릇가에 달라붙은 알맹이 하나도 무의식적으로 뜯어 먹습니다.
늘상 혼자인채로 남겨져 먹는 아침밥, 오물오물 씹어지고 삼켜지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포만감으로 내 몸에 반응하는 것..
......사랑' 일 것 입니다.
우리집은 아파트 예요.
평소에 열이 많은 나는 한겨울에도 반팔에 반바지 차림 일때가 많습니다.
꼬맹이, 학교가는 길을 계단에 서서 아침마다 배웅을 합니다.
아파트 단지옆의 키높은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을때까지 꼬맹이가
보던지 말던지 마냥 손을 흔들어 주는대요....
오늘처럼 꽃샘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을 타고 앞이 보이지 않게
손을 흔들어도 하나도 춥지가 않았어요.
시린 손을 호주머니에 얼른 담지 못하게 하는것,
..... 사랑'일 거예요.
춘삼월에 부는 바람은 따뜻한 대지의 열기를 받아서 인지
바람에 흔들리는 모든것이 꽃송이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쁘게 꽃눈이 내리는 날입니다.
바람을 타고, 그치고 내림을 반복하는 꽃눈을 보고 있노라니
그 많은 꽃눈들이 그리운 얼굴이 되어 내 가슴으로 우수수 떨어지고 수북히 쌓여 집니다.
짧지않는 하루동안 피고 지고...또 피기를......
이시간 눈만 감아도 보여지는 얼굴 있으니
.... 사랑'일 것 입니다.
꽃이나 나무를 잘 키우지 못하는 내가 이쯤되면, 죽어버리면 어떤다지..하는 초조함이나
시들어 지는것에 대한 미안함과 조심스런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키우는게 하나 있습니다.
고구마 순을 키우는것입니다........
하얗고 투명한 유리그릇에 크지 않는 고구마 두 개를 담가 둡니다.
하루..이틀........ 그리고 셋째날,...그렇게 까만밤을 여러날 지새우고 나면
꿈쩍도 하지 않던 고구마에서 꿈틀하고 싹이 돋아 납니다.
둥글고 동그란, 이쁘게 생긴 빛나는 자리가 아닌,
약간 울퉁불퉁한 곳 아래나 위에서 붉은빛이 도는 짙은 푸른 생명을 틔우는대요,
사랑은....그런가 봅니다.
우리 살아가는 삶의 그림이 그렇듯 마냥 이쁠수 없고, 기쁠 수 없고, 향기로울 수 없잖아요,
하루하루 치열함 속에서,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과들에 피곤하고..때로는 슬프고, 우울하고,
숨차고 메마른 가슴속에, 울퉁불퉁하게 모난 마음 그 언저리에서 피어나니...
이 봄을 맞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살짝이라도 꿈틀거리는 싹을 발견하게 되면요,
용기를 내어 생명을 틔워 올리는, 애쓰는 그 마음에 관심을 갖고 감사해야 겠어요.
... 얼마나 힘이 들었니...^^
가끔씩 당신의 등을 바라보고 살아갑니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당신을 불러 보기도 하는데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는 언제나 내 안에 다시 들어와 숨어 버리고,
또다시 당신을 불러 세우는 목소리에는 웃음만 가득 채워 부르는대요,
어느땐 참 슬픈 일 같기도 합니다.
몹시 그립고 외롭게 만드는 날에는 당신의 등을 보며 잠깐씩
궁시렁...중얼중얼 거리기도 하는대요..
당신의 등과 나만이 아는 비밀이겠지요..^^
그런 비밀들이 여러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당신만 모르는 길고 긴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모르시죠.... 당신의 등과 내가 만들어 가는 수 많았던 밤들의 별빛같은 이야기들..
꽃과 같이 어여쁜 이야기들...
나는 누군가가 나의 등과 비밀을 만들기 전에 뒤돌아 서 보기도 할거예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리워 하는 일이 얼마나 가슴이 시린 일인지...
슬픈일이 되겠지만, 당신은 내가 아니어도 꼭 누군가를 사랑해 보았으면 해요.
누군가의 등 뒤에 비밀을 만드는 일.....
아름답고 슬픈사랑......일 거예요.!!
온듯하면 어느새 이미 등을 보이고 뒤돌아 서는 짧은 봄을 나기 위한
나의 준비물..
봄빛을 꼭 빼어 닮은 하늘하늘한 머플러 한 장...
꽃향기로 얼룩진 이쁜 편지지 몇 장..
그리고 찬란히 부서지는 봄빛을 가득 담을수 있도록
마음 열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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