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해
위로 오르던 양분도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내년의 더 많은 성장을 위해 오르기를 멈추고
생존을 위한 영양 저장에 힘쓴다.
이에 따라 잎사귀는 양분을 잃고 화려한 황혼을 맞는다.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금강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설악을 지나
지리산을 넘어 땅끝 까지 도착했으니 가을이 꽤나 깊었다.
차나무도 이때쯤이면 찔레꽃을 닮은 흰 꽃잎과 황금색의 꽃술이
조화를 이루고 작년에 피었다 열매가된 차씨를 만난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는 줄기는 굵어지고 뿌리는 더 많은 양분을 찾아 힘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에 따라 잎이 나고 자라고 꽃을 피고 열매를 맺는게
우주의 질서이며 자연의 순리이다.
때가 아닐 때 그 일이 일어나거나,
일이 일어날 시기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철없는 것이다.
봄에 열매를 맺는다든지 봄꽃이 가을에 피고
가을에 맺어야할 열매가 맺지 않는 것도 철없는 일이다.
요즘들어 차씨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져 간다는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를 많이 생산한 곳에 가 차씨를 구하려 해도
차씨가 열지 않아 귀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슨 차나무에 영양이 풍부하여
(비료의 다량 살포)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만평을 둘러 차씨를 따려 해도 빈손으로 내려오기 일쑤란다.
모든 식물이 그렇듯 철이 들고 시기가 되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야 한다.
아무리 고달파도 종족보존을 위한 행위는 필요한 것이다.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은 식물이 제철을 망각하고 사는 철모른 일이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 영양이나 향이나 사람에게도 이롭다 하지 않던가?
철들지 않은 음식, 철들지 않은 생물.
이런 일들은 모두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휴식과 꽃피울 시간도 없이 영양을 공급하고
찻잎을 따다보니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이다.
차씨를 얻는 것은 우주의 질서와 시간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이 있는 씨앗을 얻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차씨의 크기와 생김새는 동백씨를 닮았는데
크기는 동백씨의 절반또는 3/1만큼 하다.
안에 알맹이가 1-3개 들어있다.
다음해에 심기 위해서는 보관이 중요한데 수분유지를 위해
모래와 섞어 땅에 묻어두는 방법이(노천매장) 있다.
다음해 3-4월이 되면 껍질을 뚫고 어김없이 철든 행동을 한다.
차씨 따는 시기는 과피가 벌어져 떨어지기 전인 10월 달이 적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