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에 관한 아련한 추억
37red ━┓ 메세지 2004/08/12 21:40   http://blog.azoomma.com/37red/150892
    군것질 꺼리가 드물던 지난날 어린 시절... 
    여름 밭에서 옥수수깡 꺾어 속대를 씹으며 단물을 빨아먹고
    여름 밤 마을에 들어 온 옥수수 장사꾼 소리
    
    하나 에다가 설라믄,
    둘 이로구나..
    셋 이요,
    넷 이로구나..
    다섯 에다가,
    여섯 이로구나..
    일곱 이요,
    여덟 하고 설라믄..
    아홉 이로구나,
    열 이요......
    
    어릴적, 여름이면 옥수수 장수들이 마을에 들어와 마을 분들이 밭에서
    따 가지고 온 옥수수를 쑥으로 모깃불 지펴 연기 피어오르는 마당에서
    헤아려 사가곤 했습니다
    
    백 개가 한 접인 옥수수를 헤아리는데 옥수수 하나 하나를 일일이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네 개나 다섯 개를 두 손으로 집어 한쪽으로
    넘기면서 노래 부르듯 리듬을 갖춰 헤아렸습니다 
    밤 늦도록 옥수수를 헤아리며 사들이던 기억이 납니다
    
    
    
    
    
    한 여름 쏟아질듯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며 
    까실까실 한 멍석에서 먹던 옥수수...
    
    요즘처럼 한낮이 긴 여름엔 저녁식사를 마당에서 먹곤 하였습니다
    마당 가장자리엔 매콤한 모기불이 피워지고
    마당 가운데는 짚으로 꼼꼼하게 만들어진 두툼한 멍석을 펼치고
    둥그런 밥상에 둘러 앉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상이 물려지고 나면 커다란 광주리에 옥수수가 수북히 담겨져 나옵니다
    가끔 칼국수로 저녁을 먹는 날이면 삶은 옥수수나 감자가 함께 
    밥상에 차려지기도 했었습니다
    
    ♬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요즘 시장 한 구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옥수수... 
    길거리 상점 한구석 찜통에 모락모락 김을 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옥수수를 보면 흥얼거렸던 옛 노래가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요즘에야 각종 패스트푸드에 밀려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있지만
    옥수수는 예전에는 여름철 간식으로 꽤나 인기가 있었습니다
    
    소금을 살짝 쳐 쪄낸 옥수수를 집어들고 알알이 빼어먹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고 쫄깃쫄깃하고 달짝지근한 맛에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출출한 배를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죠...
    
    다 빼먹고 딱 두줄만 남겨놓으면 그 모습이 하모니카와 비슷해 
    아이들에게 훌륭한 장난감 대용품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가을이면 볏짚과 함께 마른 옥수수 대를 작두에 썰어 가마솥에
    소 여물을 끓이고 겨울 밭엔 마른 옥수수대 낟가리가 
    드문드문 서 있었습니다
    
    달 밝은 밤 동네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합니다
    어디에 꼭꼭 숨어야 상대편에서 찾아내지 못할까 주위를 더듬거리다
    옥수수 낟가리 속으로 기어들어가 술래가 된 편에게 들키지 않으려 
    숨죽이던 마음..
    
    어제 옆집 새댁의 시댁인 강원도 삼척에서 가져온 옥수수 한 자루를 
    건네 받으니 지나간 옥수수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 봅니다
    
    오늘 밤은 양은솥에 옥수수를 쩌 먹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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