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깃불은 풀내를 내면서 연기로 타 오르고
할머니는 간혹 모깃불에 불붙는 것에 물을 품어 마른풀을 축이신다
할머니네는 TV 도 없었으니 그냥 와상에 둘러 앉아 별이나 세든지
마실나온 동네 아주머니의 으시시한 납량특집을 예고도 없이 듣게 된다
도깨비불을 봤다는 이야기나
누구 혼이 빠져나가서 혼불이 그 집 지붕위에 떠돌았다는 이야기
그러면 필시 삼일, 아니면 삼년안에 명을 달리한다는 이야기
공동묘지에는 혼불이 너울거린다는 이야기
그럴 듯하게 들리는 무서운 이야기에다
엊그제 옆집 TV 에서 본 '구미호'의 선뜻한 눈빛까지 떠 올라
모시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귀를 틀어 막는다
그런 날은 더운 줄도 모르고 잠들기도 겁난다
그 밤은
하늘은 왜 그리 허공으로 뚫려 보이고
사방은 왜 그리 틔여있는지...
할머니는 그런 얘기가 무섭지도 않은지
밤이 깊으면 목덜미에 땀띠 없애자고
콩밭을 지나고 논두렁도 지나
차가운 물이 솟는 빨래터로 간다
할머니랑 함께 가는 동안은 무서운 얘기도 잠시 잊게 된다
숨을 안으로 몰아쉬게 하는 그 찬물에서
목욕을 하고 나면 온 몸이 소름이 돋는다
이빨이 서로 다달거리며 부딪치는 정도가 되면
돋아난 땀띠가 다 사그러지곤 한다
그렇게 돌아오는 밤길에
반딧불이 좁은 도랑가의 돼지풀 위에서 날고
느린 반딧불을 호박꽃 속에 잡아 가두어 꽃등을 만들고 했다
여름 밤이면
TV 없던 그 시절의 여름밤이면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며
우리들의 몸짓이 한 권 분량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요즘의 도시애들이 특별히 날 잡아서 체험하는 모든 것들이
그 때 TV 없던 시절의 우리들에게는
날마다 밤마다 일어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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