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것에 대해서...........
37red ━┓ 영상시 2004/03/04 16:58   http://blog.azoomma.com/37red/119017





        어릴 땐 그랬지요
        나이 든다는 것이 높은 벼슬인 줄 알았지요

        멋진 양복 입고
        때론 동네 예쁜 누나들을 끼고 활보하는 삼촌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부러웠지요
        그래서 그랬지요  
        매년 새해 아침이 밝아오면
        떡국을 무려 네 그릇을 비우며
        하루 빨리 어른이 되길 기원했지요
        그 덕에 언제나 화장실에 쪼그려 앉았고 
        그렇게 세월은 화장실에서 익어갔지요

        배설하는 동안,
        코밑 수염은 굵어지고
        세월은 내 키보다 더 자라났죠

        이제는
        사는 것이 괜히 서러운 나이가 되니
        모든 것이 아슬아슬해 보이네요

        목련꽃의 화려함을 즐기기 전에
        괜히 곧 지고 말 초라한 모습이 눈물겨워
        바라 볼 수조차 없는,

        백사장에 남긴 발자국 앞에서
        한 걸음 더 내딛지 못하고
        자꾸 등 뒤를 바라보고 마는,

        첫눈이 내리는 계절이 오면
        누군가가 시계탑 앞에서
        기다려 줄 것 같은 소설 같은 낭만을
        아직도 기대하는,

        남에게 쉽게 나이를 물어보면서
        정작 누군가가 내게 물으면
        차마 말 못하고
        그저 부끄러워 절뚝이는
        내 무거운 나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게 서러워
        오는 새해는 떡국을 먹지 않았지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내 떡국을
        어린 조카녀석이 잽싸게 비우는 걸 바라보며
        내가 늙어 너는 자라고
        내가 늙는 사이 그대는 먼저 눈사람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