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흐르는 시간 속에 묻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허무하고도 빠르게 지나갑니다. 우리들의 많은 바람과 그리움, 아쉬움과 서글픔을 커다란 어둠으로 휩싸안은 채 소리없이 또 하루가 갑니다.
하늘을 바라보다 지쳐버린 어린아이처럼, 어둠을 한아름 안고 돌아온 우리들의 피곤한 얼굴에, 인생은 그런 거라는 듯 주름살이 조금 더 깊어 갑니다. 하루가 다할 무렵이면 끝없는 길을 덧없이 걸어가는 나그네처럼, 무언가 까닭 모를 서러움과 아쉬움이 이렇듯 우수수 몰려듭니다.
오늘 하루가 다했을 때, 어둠이 그 커다란 날개를 펴고 조용히 내려앉으면, 그토록 거칠고 소란하던 세상도 포근히 잠든 숨결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이 밤, 이 고요한 시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붕 밑에 아직 잠들지 못한 가난한 그림자들이 창가에 어립니다. 무엇인가 꼭 잃어버린 것만 같은 마음, 무엇인가 꼭 찾아 내고 싶은 마음, 우리의 하루하루가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힘 앞에 조금씩 침식되어 가고, 우리들의 삶은 차츰 저 죽음이라는 알 수 없는 세계의 위력 앞에 조금씩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 다하여 사랑하는 사람도, 한없이 가슴 저리도록 그리워한 사람도, 그리고 미워하던 사람들도 모두 그대로 남겨 두고, 저 어둡고 낯선 곳으로 홀로 쓸쓸히 사라져 가게 됩니다.
우리가 까닭없이 느끼는 아쉬움, 무언가 잃어버린 듯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인생이 허무하고도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홀로 외롭게 죽어가는 삶이 있을 것이며, 보람없는 삶을 자책하며 쓴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이 시간에 인생은 허무한 것이므로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욕망이나 마음껏 채워 보자고 허덕이는 사람도 있을것입니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인생, 죽음 앞에선 힘없는 인생이라고 쉽게 부정해버려도 좋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것이기에 인생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좀더 맑은 푸른 하늘과 좀더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과 좀더 포근한 햇볕을 느낄 수 있도록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 수액을 빨아올리는 저 나무에게 인고와 성실을 배워야 합니다.
외롭고 아쉬운 이 시간에, 서럽고 눈물겨운 이 시간에, 덧없고 허망한 이 시간에,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가, 산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도 잠이 오지 않는, 가슴을 짓눌러오는 밤이 있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어떤 절차나 격식에 따르지 않고 서둘러 결과만을 보려고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 대지 위를 그저 스쳐가는 바람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오기 전에도 대지는 있었고, 우리가 멀리 가버린 뒤에도 저 쏟아져 내릴 듯이 많은 별들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의 마음 속에 신념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괴로움과 외로움, 그리고 아픔을 외면하거나 미워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보다 너그럽고 깊은 마음과 관대함을 지니고 이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며 따뜻하게 사랑하여야 겠습니다. 내 몸의 소중한 일부처럼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괴로움과 고통과 번민 역시 삶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밤, 잠들지 못하고 한숨지으며 앉아있는 사람들이여. 눈을 들어 저 창 밖, 저 어둠 속에 외로이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십시요. 그리고 우리들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십시오. 한 사람 한 사람이 좀더 가깝게, 좀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 고요한 시간에,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며 명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십시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