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새 날이 다가온다 한들
새 몸을 가질 수는 없는 일
오늘도 감추고 싶은 골격을
새로운 옷으로 가린다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 아니던가
옷장에 들어있는 멀쩡한 옷들
입어 치우자면 한없이 많을텐데
한해가 지나고 나면 입을 만한 것 또 없고
입지 않은 옷들은 모두
빛조차 없는 탁한 공간속에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마음에 때가 많이 꼈는지
옷에 베인 때는 지워지지 않고
새제로 빨고 또 빨아도
얼룩조차 지워지지 않아서
신통찮을 때는 마음에서 버려버린다
잘못 길들여 악취가 나도
형기를 뿌려 입고 다니던 옷
입었던 옷 몇벌인지 계산도 하지 못해
돈 세는 것은 펄 나는 사욕의 무덤
그곳에 몸을 담그고 살아온 나는
갓 태어나 발가벗은 몸과 같다
썩은 인품을 보장하기 위해
유별난 품위 유지를 하기 위해
오늘도 백화점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지
가녀린 마음하나 다스리지 못해
아침마다 옷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