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예~ 전데예~ 지금 시내에 막 도착 했심니더. 생필 품 아쉬운 것 있으면 말씀 해 주이소~ "오냐!" "먼길 온다꼬 고생이제?" "소화제하고 낫 한자루 좀 사 온나!"
아버님의 생신이라 고향 방문이다. 시골이라 떨어진 게 있을까 봐 늘 하던대로 전화를 했다. 농기구 센타로 헤메다가 낫 한 자루 구입하고 약국에 들렀다.
순서를 기다리는데 누가 등을 탁 친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날 알아보고 호들갑이다. 에~~고 내 늙은건 안 보이고 친구가 넘 늙었다 싶으면서도 변함없다는 고짓말 한마디 던졌다.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며 약국을 벗어나 가까운 벤치에서 땅콩 밭 서리하던 이야기며 늦은 귀가에 살금 살금 까치발로 사립문 들어서다가 개 짖는 소리에 아버지께 들킨 얘기며 시간을 잊고 수다를 떨었다.
급히 서둘러 시댁으로 왔다. 아버님은 소화제를 많이 기다리신 눈치였다. 물 한컵을 준비 해 약봉지를 연 순간 난 당황하고 말았다.
급히 서두르는 바람에 암거나 집어 든 게 친구의 피임약과 바꾸어 집어 든 것이다. 이미 시간은 늦어 다시 구입도 곤란하다. 낭패가 났다.
"......"
속이 불편해 하시는 아버님께 눈 딱 감고 피임약을 소화제인냥 한알을 드시게 했다. 약이 유난히 작다고 하시며 의심없이 삼키신다.
그날 밤 내가 지은 죄값으로 아버님의 배를 계속 문질러 드렸다. 나의 이 깊은 사연을 아무도 눈치 못 채고 아버님 시중에 충실한 착한 효부라고 시누들이 흐뭇해 했다.
이틑 날, 과식을 했는지 시동생이 또 소화가 안된다며 난리다. 아버님이 큰 말씀으로 날 부르시며 어젯밤 먹은 소화제 효과 좋더라며 시동생도 주란다.
난 밤새 삼켰던 웃음을 다 쏟아 버렸다. 시동생을 주방으로 살짝 불러 피임약이라도 드실거냐며 배 주물러 드리는 건 서비스라고 타협을 하자고 했다.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어슬렁 거리던 싱거운 시동생 왈.. "아부지요, 형수가 드린 약 그거 피임약이래요!" 이제 막내 보기는 다 틀렸고 그렇잖아도 칠순의 울 아부지가 이것저것 전부 말짱 끝장이네요!"
온 집안이 박장대소가 터진거다. 쇼파에 기대 계시던 아버님은 "으흠! 으흠!" 두어번 마른 기침을 하시더니 마당으로 나가신다.
웃음 많은 동서는 먹던 밥이 시숙인 내 남편에게까지 다 튀었다. 낫게만 해 드렸으면 된거 아닌냐고 난 어머님을 쳐다보며 나의 편으로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때로는 생각하기 나름대로 약의 효과는 달라지는 법이고 난 정작 걱정은 딴데 있었다. 친구가 그날 밤 바뀐 소화제를 먹고 실패하여 늦둥이 안고 와서 나에게 반반의 책임을 물으면 우째야 할지... ^!^..
글/이명희
울님들이 이 상황이라면 우째실라요~~`^^*
위 아그처럼 웃는날 되시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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